대학 4.0시대, 틀과 판이 바뀐다
대학 4.0시대, 틀과 판이 바뀐다
  • 김도종
  • 승인 2017.04.26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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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농사꾼은 철 바뀌는 것을 잘 알아야 하고, 유능한 장사꾼은 장마당이 어떻게 바뀌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대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성공적인 사회,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려면 바로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어느 방향으로 바뀌는지를 알아야 한다.

영국과 북유럽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부터 산업자본주의 사회체제가 만들어졌다. 산업혁명의 결정적인 계기는 당시 급격하게 늘어가는 인구문제였다. 늘어난 인구의 의식주(衣食住)해결을 위한 재화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래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경제가 형성되었다. 대공장체제, 대규모 노동력, 대도시체제, 분업적 노동(나누어 일하기) 등이 산업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모습이었다. 산업자본주의는 20세기 중반부터 금융자본주의체제로 바뀌었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고 뉴욕의 월가가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종반에 이르러서 인류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총량은 해결되었다고 본다. 빈곤한 국가, 굶는 지역의 문제는 국제적으로 도덕적 분배체계만 만들어져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이제, 21세기에는 사람들의 물질적인 의식주(衣食住) 욕구와 함께 정신적인 진선미(眞善美) 욕구까지를 실현하는 사회가 되었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욕구(眞), 도덕적인 상품생산과 윤리적 제도에 대한 욕구(善), 감성적이고 미학적인 소비에 대한 욕구(美)가 의식주 욕구와 융합되어 새로운 생산체제를 만들어 냈다. 이것을 문화자본주의라고 한다. 인류는 개인 맞춤형 생산과 소비를 추구하게 되었다. 대기업이 아니라 1인 기업과 소기업이 사회를 주도하고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사회가 만들어졌다. 분업적 노동이 아니라 통합노동, 융합노동(모아서 일하기)이 중심이 되고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한 자연 친화형인 스마트 도시를 지향한다. 이것이 문화자본주의 사회다. 우리사회는 이미 문화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문화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내용은 ‘개인 맞춤형 생산과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현재의 대학체제는 산업, 금융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분업체제를 본받은 분업형 대학이다. 안타깝게도 문화자본주의 사회에는 맞지 않은 체제다. 우리나라의 대학 환경도 상당히 변했다. 1970년대를 대학 1.0시대라 할 수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진학률도 높아서 대학들의 학생 수가 폭발한 시기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달성하였다.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는 대학 2.0시대다. 신설대학이 늘어나고 학문분야에 따라 세분화된 학과들을 만든 시대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민주화를 달성하였다. 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정부가 대학평가를 시작하고 정부 지원 사업을 진행하였다. 대학 3.0 시대다. 대학을 극단적으로 서열화하는 부작용도 발생하였는데 대학진학률도 하락하고 학령인구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한국사회는 국제화라는 핵심과제를 실현하였다.

이제 2017년부터는 대학 4.0시대가 되었다. 정부가 학사제도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며 대학의 발전전략에 대한 자율권을 인정하는 정책을 실천하게 되었다. 문화자본주의 사회의 도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융합형·협업형 학사구조 개편 등 대학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또한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국민적 화합과 상생을 추구하는 ‘윤리화’가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윤리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인재상을 만들고 교과과정과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틀과 판이 바뀌는 시대, 대학 4.0시대를 능동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김도종<원광대 총장> 

약력 ▲인문학·인문정신문화 진흥심의위원회 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감사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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