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 촌평
TV 토론 촌평
  • 유길종
  • 승인 2017.04.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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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토론은 후보자들의 경륜과 상황 대처능력, 소통능력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포장으로 감춰진 후보자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있었던 세 차례의 대선후보 TV토론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논쟁은 실종되고 그저 상대를 옭으려는 얄팍한 질문, 주제에서 벗어난 수준 낮은 질문, 말꼬리 잡기, 근거 없는 비난 등이 난무했다. 후보자들 스스로 수준 이하였다고 인정할 정도이다.

 TV토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보수 후보들의 책임이 크다.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 모두 자신들이 몸담았던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진솔한 반성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고, 건강한 보수로 인정받으려는 노력도 없었다.

 유승민 후보는 2시간 내내 그저 낡은 안보관, 색깔론으로 문재인 후보를 옭아매려는 데 급급했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한다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 TV토론의 자리에서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다'고 떠들고, 상대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고 천명하라는 식으로 압박했다. 북한이 우리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고 군사적으로 가장 주된 적인 것을 누가 모르나. 하지만,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북한을 우리의 주적이라고 공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주적이라고 공언하면서 어떻게 그들을 상대로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시도할 수 있나.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도 그렇다. 송민순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이에 관여한 사람들 모두 2007년 11월 16일 기권으로 결정이 났다고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그렇게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유승민 후보가 건강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당내에서도 사실상 사퇴압박을 받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돼지발정제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사용하는 언사가 대통령 후보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 사면을 맨입으로 했느냐는 식의 표현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선거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깨끗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보수주의자의 입장에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안철수 후보에 대하여는 열성 지지자들조차 한숨을 쉰다. 왜 토론을 저렇게밖에 못할까 걱정들이 많다. 보좌진의 능력이 부족하고 준비가 안 된 탓인지, 준비는 많이 했지만, 안철수 후보의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인지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코미디 소재로 되기에 좋은 발언을 계속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 후보가 순진한 초등학생 정도로 비유되는 것은 큰일이다.

 문재인 후보는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기된 의혹을 정면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피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문제이다. TV토론 문제를 떠나 문재인 후보에게는 포용의 리더십 부재와 골수 지지자들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4ㆍ13 총선 무렵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호남의 국회의원 대부분이 탈당할 때 문재인 후보는 포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문 패거리주의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얼치기들의 패거리주의로 정권이 몰락했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상정 후보는 그 틈바구니에서 정책 토론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로는 보수후보의 지나친 색깔론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제일 낫다는 평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TV토론은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좋은 기회이고 방법이다. 남은 기간에 토론을 주관하는 기관과 후보자들은 TV토론이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의 검증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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