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환자경험평가! 넘어야 할 산 많다
시행 앞둔 환자경험평가! 넘어야 할 산 많다
  • 최두영
  • 승인 2017.04.1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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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모든 분야에서 한 시대 사람들의 패러다임은 사회 현상에 맞게 변천을 거듭 해 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인간의 삶과 생활양식, 인식의 체계 등은 눈이 아플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내가 몸담는 의료계 역시 그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료 현장은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환자 중심주의가 아니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삶이 풍요해지고 의료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개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환자에 대한 친절서비스란 단어가 등장하더니 환자 만족, 환자 감동을 넘어, 이제는 환자경험이라는 의료서비스 용어가 대세를 굳히고 있다.

 의료계에는 오는 7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환자경험평가가 시행된다. 환자경험평가란 의료소비자 즉 환자의 관점에서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직접 치료 경험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환자들이 의사와 간호사, 의료 인력, 병원 환경, 각종 의료서비스에 대해 평가를 하게 된 것이다.

 심평원은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 병원에서 1일 이상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원별 병상 규모에 따라 환자 규모를 차등해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대상은 병원 환경, 의사*간호사의 의료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환자권리보장 분야 등에 관해 환자 개개인과 전화 질의문답을 통해 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평가 영역은 크게 영역별 환자경험, 전반적 평가, 개인특성 등으로 구분되며 24개의 문항을 전화로 묻고 답하는 방식을 통해 실시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심히 염려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 환자경험평가를 위한 인력, 행정업무 부담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평가대상 병원 범위, 평가 환자 수, 평가 설문 문항 외에는 무엇 하나 정해진 바가 없다.

 심평원은 국민 즉 환자 관점에서의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세부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행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 시대가 도래했고 앞으로 더욱 대세로 자리 잡아 갈 것이라는 점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환자경험평가가 의료기관평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만큼 의료계에서 받아들이는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평가 수행 시 나타날 많은 문제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몇가지 사안들만 놓고 보아도 고민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환자경험평가에서 기관별 환자 수는 통화 숫자가 아닌 설문 조사 성공 전화를 기준으로 하는데 응답률이 낮은 지방에서는 설문 조사 완료 환자수를 채우는데 행정적 부담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가 설문조사 응답 시 질문에 부합된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황이 가미 된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치료 경과에 따라 의료기관 전체에 대한 답변이 긍정 또는 부정 일색이 될 수도 있다.

 가끔 설문조사를 하는 방법과 답변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정서가 가미된 부분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예컨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답변 형태와 정확한 답변에서 오는 막연함 두려움 때문에 중립적인 대답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문항일지라도 연령대별 답변의 기준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 의료기관별 환경이 다르다는 점, 진료과별 특성이 다르다는 점 등을 비롯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환자경험평가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시대도 목적도 모두가 원하고 있다. 나 자신 역시 3년 전 취임 때부터 환자 중심 병원경영을 강조해 왔던 바다. 환자경험평가가 온전한 정책으로 성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려면 시행 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조사와 시범 과정을 거쳐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대상 의료기관들의 생존과 연결된 만큼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최두영<원광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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