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난립, 지역건설업계 수주난 가중
업체 난립, 지역건설업계 수주난 가중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7.04.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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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지역 건설업계가 건설경기 침체와 업체 수 난립에 따른 수주 난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건설협회 전북도회에 따르면 전북종합건설업체들 가운데 지난 해 단 한건도 공공공사를 수주 받지 못한 실적제로(0) 업체는 18개사로 전년보다 5.9% 늘어났으며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50억 원 미만의 업체 비율이 전년 258개 업체 64.8%에서 269개 사 66.9%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업체 특성상 공공공사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민간공사에도 의존할 수도 없어 도내 건설업체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업체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역업체들의 수주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는 외지건설업체들의 도내 건설시장 잠식과 함께 업체수가 지나치게 난립돼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전북에 최근 3년 동안 1군 건설사는 단 한곳도 없는 상태며 2군(2개사), 3군(15개사)업체도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업체 수는 29년 전인 1988년보다 36배가 늘어났다.

정부의 SOC사업 축소와 외지업체들의 시장잠식으로 수주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업체 수는 오히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그동안 허가제였던 건설업 면허 취득이 등록제로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년에 한 번씩만 면허 취득이 가능했던 지난 88년 당시 19개사에 불과했던 도내 종합건설업체 수는 94년 1년으로 완화되면서 55개사로 늘었고 수시발급제로 전환됐던 97년에는 181개로 증가했다.

허가제였던 건설업 면허취득이 등록제로 변경된 99년에는 280개사로 늘어났고 매년 폭발적으로 업체수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664개까지 증가한 상태다.

3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건설업체 자본금 기준도 업체 수 난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종합 건설업체 자본금 기준은 건축은 5억, 토목 7억, 토건 12억 원으로 지난 88년 이후 동결된 상태며 자본금을 상시 예치해 놓은 게 아니라 일정기간만 유지하면 가능한데다 다른 용도로 전용이 가능해 상황에 따라 불과 1억 원 미만의 자본으로도 건설회사 설립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 난립과 함께 지역 건설사들의 경쟁력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회사 차리는 게 어떻게 슈퍼마켓 여는 비용보다 적게 들수 있냐”며 “지역건설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실한 업체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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