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가장 높은 지자체 중 하나다. 올해 사회복지 예산만 무려 2조원대로, 전체 예산의 38.9%를 차지하며 취약한 전북 재정구조를 뿌리째 뒤흔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사회복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방에서 돈을 보태도록 하는, 이른바 국고보조의 지방매칭을 요구하고 있다. 이의 증가로 재정난이 가중되다 보니 전북은 지역 맞춤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 의존하게 된다. 국가사업의 지방 매칭은 매년 늘어나, 전북도는 없는 살림에도 중앙 복지사업에 돈을 대느라 허리끈을 두세 구멍 동여매고 있다.
지방의 예산과 조직이 중앙에 얽매여 있는 중앙 집권적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 지방분권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는 이유다. 분권 전문가들은 “내가 대통령 적임자”라고 외치는 대선 후보들이 지방분권 공약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내 정당 후보 5명만 봐도 지방분권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 구체적 실천 계획 제시는 다소 미흡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19일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대선 후보별 10대 공약’에 따르면 후보 5인 모두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공약을 다뤘지만 대부분 후순위에 배치해 아쉬움을 더해줬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순위 공약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제 추진, 치안행정 지방분권만을 담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5순위 공약 ‘국민주권의 더 좋은 민주주의’에서 헌법에 지방정부로 명시, 입법권과 재정권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역시 9순위 공약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서 국가사무의 과감한 이양을 언급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공약 10순위 ‘헌법 정신 실현’ 과제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강화를 1순위로 내세운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일했다. 심 후보는 자치 입법권, 자치 조직권, 자치 재정권을 통합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선거 유세에서 저마다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말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방분권’을 선(先) 배치하고 실천의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내 재정분야의 전문가 L씨(47)는 “지방교부세 법정률과 기초 복지사업 국비 전액 지원, 지방소비세 규모 확대 등 현재 나와 있는 재정 분권이 실현될 경우 전북만 8천억원 이상의 재정확충 효과가 기대된다”며 “지자체간 재정수준을 균등화 시키려면 재정 분권 실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회단체 관계자도 “기초 복지사업은 전액 국비로 지원되어야 하고 기존에 보조율 체계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며 “지방교부세 역시 재정력이 약한 지방정부의 상황을 고려해 법정률 19.24%에서 22%로 인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송하진 지사 등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최근 지방분권 개헌과 지방자치제 개편, 지방정부 국정참여 강화, 지방재정 확충 등 지방분권 추진안을 대선 후보들에게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최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