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왔던 일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꿈꿔왔던 일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7.04.18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암재활원 지체장애 2급 고상 씨 직장잡고 결혼앞둬

18일 전주 동암재활원에서 근무하는 고상씨가 장애를 딛고 일어서 사회생활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얼 기자

 “꿈꿔왔던 일을 하나씩 이루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18일 오전 10시 전주시 완산구 동암재활원. 불편한 몸을 이끈 채 밝은 미소로 맞이해주는 고상(55) 씨를 만났다. 고 씨는 지체장애 2급. 어렸을 때부터 왼쪽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편마비를 앓고 있었다. 의사소통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 탓에 말하고 싶은 의견을 전할 때는 한마디씩 천천히 전달하는 모습이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이 고향인 고상 씨. 그는 20대 시절 서울로 올라가 자립을 위해 화훼를 배우기도 했고, 아파트 인근에서 가판대 운영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사회적인 편견과 성치 못한 몸 탓에 일을 1년 이상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중 지인의 추천으로 현 동암재활원 양복규 이사장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양 이사장과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동암재활원’을 소개 받게 됐다. 그리고 지난 1998년 동암재활원으로 삶의 둥지를 옮겨 현재에 이르며 꿈을 키워왔다.

고 씨가 전부터 꿈꿔왔던 삶은 일정한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동암자활자립장에서 액세서리 제작 일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02년부터는 전북장애인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으로 재직해 지금은 어느새 15년차 베테랑이 됐다. 성실한 근무 태도와 실력을 인정받아 작업반장으로 추대된 그는 동료 근로 장애인을 도우며 근무하는 중이다.

재활원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새 고 씨는 또 다른 꿈을 이루게 됐다. 바로 고 씨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인생의 반려자를 재활원에서 만나게 된 것.

“같은 동료 장애인으로 서로 배려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반하게 됐다”는 고 씨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고영희(44·여) 씨와 소중한 만남을 이어 가는 중이다.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여자와 평생을 함께 지내고 싶다”며 고 씨는 밝은 미소를 짓는다.

직업과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고 씨는 몇 해 전부터 마지막 목표가 또 생겼다. 사랑하는 반려자와 자립해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지인 등의 도움을 통해 2015년부터 임대아파트를 신청했고, 그 과정에서 4번이나 탈락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청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영구임대아파트에 당첨되는 행운을 거머졌다.

현재 고 씨 내외는 자립생활을 위해 세탁훈련, 쓰레기 분리수거 등 가정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배우고 지원받고 있다.

고 씨는 “55년 만에 내 힘 스스로 자립하게 됐다. 장애인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모든 발판을 준비해주고 도와주신 김남희 팀장님 등 재활원 모든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웃으며 전했다.

이정민, 김기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