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전주다가공원 빨래터 지킨 이금석 씨
5년간 전주다가공원 빨래터 지킨 이금석 씨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4.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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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주천에서 이금석씨가 아무런 보상없이 환경정화를 하며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김얼 기자

 “동네 아낙들이 모여 빨래를 하고 따라나온 아이들은 헤엄을 치며 신나서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전주시 다가동 다가교 인근 공동 빨래터. 전주시 다가동에서 나고 자란 이금석(69) 씨가 기억하는 1960년대 후반의 모습이다.

이 씨는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나가 뛰며 헤엄쳐 놀던 전주천 빨래터의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 씨가 기억하던 빨래터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현재의 빨래터는 ‘공동 빨래터’라고 글귀가 적힌 비석이 세워진 채 돌담으로 주변을 둥글게 감싸져 있는 것이 전부다.

이 씨는 동심이 담긴 빨래터가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것만 같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씨는 “아침마다 전주천을 걸으며 운동을 하던 중 동네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공동 빨래터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악취를 풍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뽑으면서 계절마다 꽃을 심기 시작한 게 벌써 5년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18일 공동 빨래터에서 만난 이 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자신이 챙겨온 빗자루로 빨래터의 고인 물이 썩지 않도록 물을 저어 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이내 호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인근에 떨어진 술병과 쓰레기를 주우며 우거진 수풀을 뽑기 시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빨래터 주변에 코스모스 씨앗도 뿌려 새싹도 자라난 상태다.

옷과 신발이 진흙 범벅인 채 집에 돌아오면 매일같이 핀잔을 늘어놓던 가족들도 이제는 두 손을 들었다.

매일 운동과 함께 정화활동을 펼친 그이지만, 세월을 이겨낼 순 없었다.

이 씨는 “현재는 몸이 좋지 않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저와 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공동 빨래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도록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며 “전주시도 역사가 깃든 공동 빨래터가 이 고장의 상징성을 띄는 유물로 남을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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