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단상
4.16 단상
  • 차상철
  • 승인 2017.04.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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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날이다. 올해도 전북교육청은 4월 한 달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념의 달’로 정하고 여러 가지 추모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침몰한 선체도 인양되었으므로 곧 세월호의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필자가 평소 갖고 있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첫째,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 보다는 도덕불감증이 빚은 비극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안전불감증이라고 말하게 되면 참사의 본질이 호도될 우려가 있다. 과연 안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런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안전은 인간의 본능이나 마찬가지다. 유명한 심리학자 Maslow의 인간 욕구 이론에 의하면 5단계 욕구 중 첫 번째 단계인 식욕, 성욕, 수면욕 등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된 사람에게서 바로 다음 단계에 나타나는 욕구가 신체적 안전에 대한 욕구이다. 누구나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보다 안락한 삶을 누리고자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안전을 자신의 안전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있을 뿐이며, 자신의 이익 확대와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고객과 국민의 안전은 뒷전에 두는 일부 기업과 권력층의 도덕성 결여가 있을 뿐이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승객들을 버려둔 채 탈출한 승무원들, 비용절감을 위해 배의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회사, 해피아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계기관, 부실한 대응으로 인명구조에 실패하고 책임 넘기기에 급급했던 정부와 고위권력층, 그리고 7시간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한 대통령, 이들은 모두 도덕불감증 행태를 보였고, 이러한 도덕불감증은 국가재난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졌다.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도 결국은 정권의 도덕불감증이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던가?

둘째, 학생들과 함께 희생된 11명의 교사들 중 기간제 교사 두 분에 대해 인사혁신처가 순직인정을 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일반교사들은 순직인정을 받았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순직인정 심사조차 받지 못한 실정이다.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는 비정규직 교사이기 때문에 교육공무원이 아니라고 한다. 또한 기간제 교사가 하는 일도 상시적 공무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정부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주장은 구명조끼까지 벗어주고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희생된 기간제 선생님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 제32조에 따라 임용되는 교육공무원이다. 기간제 교사는 교사의 파견, 연수, 휴직, 정직 등으로 결원 보충이 필요한 경우나 학교에 배정된 교사 정원의 부족으로 인해 추가로 교사가 필요한 경우 일정한 기간을 정해 채용하는 교사이다. 그러므로 기간제 교사는 일반교사가 담당하던 업무 즉 상시적 공무를 인계받아 수행하는 교육공무원이다.

단원고의 두 분 기간제 선생님은 일반교사가 하는 교과수업과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학급 담임의 업무까지 다 맡아서 했다. 일반교사를 대신했는데 상시적 공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정부는 온갖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들어 차별하면서,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동일한 경위로 사망에 이른 기간제 교사들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순직인정도 해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반칙과 차별을 참을 수 없어 연인원 1,700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마침내 박근혜가 탄핵되었고, 세월호가 검은 바다를 뚫고 1,073일 만에 떠올랐다. 3년 만에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온 지금, 이른바 장미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국가리더십의 공백을 메운다는 형식적 틀을 넘어서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병폐와 모순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성숙한 사회로 한걸음 나아가는 출발이어야 한다. 촛불이 염원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기대한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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