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운곡습지로 떠나는 생태여행
고창 운곡습지로 떠나는 생태여행
  • 황민안
  • 승인 2017.04.13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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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곡습지에 봄이 왔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운곡습지의 봄은 매번 느낌이 다르다.

운곡습지 입구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호젓한 아름다움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저기 이름 모를 새들은 봄을 알리는 합창을 들려주고, 탐방로 주변에는 야생화가 기지개를 켠다.

습지를 둘러보기 좋게 마련된 탐방로의 데크를 쭉 따라가다 보면 고라니 한 쌍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연초록의 나뭇잎들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운곡습지는 한때 농경지였다.

습지를 개간해서 사용했던 계단식 논을 터전 삼아 9개 마을이 살고 있었지만 1980년대 초 인근 영광군에 원자력발전소가 생기면서 냉각수 공급을 목적으로 운곡댐을 건설하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떠나게 됐다.

그렇게 30년 넘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된 폐경작지가 이제는 원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된 것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인간의 노력을 뛰어넘는다.

운곡습지에는 멸종위기생물인 수달, 삵, 담비, 구렁이, 가시연꽃 등 총 864종의 생물종이 다양한 모습으로 상호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운곡습지는 남한의 DMZ(비무장지대· demilitarized zone)급 생태천국이라고 불리 운다.

운곡습지는 저층형 산지습지로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3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같은 해 4월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2013년 5월 고창군이 그 뛰어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고창군 안에서도 생물다양성이 특히 뛰어난 5개 지역은 핵심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운곡습지도 그 중 한 곳이다.

그리고 2014년 12월 운곡습지는 환경부로부터 전북 도내 최초로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습지는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곳이다.

습지를 통해 그곳의 역사와 전통이 생기고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습지는 멀리서 바라만 보는 멈춰버린 시간이 아닌 사람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생명공동체인 것이다.

고창군은 운곡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뤄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습지의 생태적 기능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현명한 이용을 통한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을 운영하는 주체는 주민이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하는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곳 주민들은 소득을 얻고 그 이익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과 사람이 모두 행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생태관광은 「나」자신과의 소통, 「자연」과의 소통, 「주민」과의 소통이다.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면서 지친 「나」자신과 소통을 하고, 습지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면서 「자연」과의 소통을 하며, 습지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태마을을 방문하여 주민의 삶을 이해하고 체험하며 주민이 직접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는 「주민」과의 소통이 진정한 생태관광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찬란한 이 봄, 독자 여러분도 시간을 내어 남한의 DMZ급 생태천국! 숨겨진 자연의 속살 같은 고창 운곡습지에 한 번쯤 다녀와 보기를 바란다.

황민안<고창군 생물권보전사업소 생태지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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