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부동층 15%, 대선 공약이 승부수
예상 부동층 15%, 대선 공약이 승부수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4.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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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과 전북(6) 부동층 대분석

 “부동층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교체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유동적인 표도 (15% 이상)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국민의당 전북도당위원장이 12일 오전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한 말이다. 정치적 촉수가 뛰어난 그가 전북지역 내 스윙보터(swing voter·미결정 투표자)를 언급한 것은 문(文)-안(安) 구도에 갇혀 있지 않은 부동층이 건재함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19대 대선을 20여 일 앞둔 현 시점에서 전북의 부동층은 과연 얼마나 될까?

■ 15%의 럭비공: 전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여론조사는 아직 나와 있지 않아 부동층을 정확히 진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기존의 전국 여론조사 중 호남, 혹은 표본이 100명 이하라도 전북의 민심을 담은 통계를 보면 어느 정도 추론은 가능하다.

조선일보와 칸타퍼블릭이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둔 지난 7일과 8일 전북 등 호남권 255명을 포함한 전국 2천300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지역별 다자대결 후보 지지율’에서 모름·무응답에 체크한 호남 비율은 18.9%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7일과 8일 이틀 동안 전국 지방신문 7개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북 78명을 포함한 2천244명 대상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1%포인트)에서도 전북 응답자의 18.6%가 “지지후보 교체 가능성 있다”고 언급, 부동층과 지지후보 교체 의향자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수 위원장이 말하는 ‘부동층의 존재’가 약 15% 이상이란 말이다. 전북 정치권에서도 “지역의 부동층은 현재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안팎에 육박할 것”이라며 “주로 연령층으로는 40대, 정치성향으로는 중도 표심이 이동 가능성이 있는 ‘럭비공 부동층’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 작심형 부동층: 5년 전 이맘때와 비교하면 부동층이 비슷해 보인다. 18대 대선을 17일 앞뒀던 지난 2012년 12월 초, 이춘석 당시 민주당 전북선대위원장은 전북도의회 출입기자들과의 간담에서 “전북의 대선 부동층이 약 15%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층만 보면 5년 만의 데자뷰인 셈이다.

차이라면 5년 전의 부동층이 정치적 무관심에서 비롯한 ‘우물쭈물 부동층’이라면 올해는 대선에 무한 관심을 쏟아붓는 ‘작심하고 부동층’이라는 점이다. 원로 정치인 S씨는 “주변에서 지지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지인을 보면 대선과 정치를 매우 잘 아는, 소위 적극적인 관심층이 많다”며 “아마 막판까지 어떤 후보가 도움될지 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대 대선에 한 표를 행사할 전북지역 유권자는 대략 152만명. 이의 15%가 부동층이라면 현재 23만명 가량이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마음에 담고 있지 않다는 산술적인 계산이다. 만약 투표율이 80%라고 가정할 경우 121만명이 투표장으로 나올 것으로 보이며, 다시 여기에 15%를 곱하면 18만명이 부동층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전북지역 부동층은 최하 18만명에서 최대 23만명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어, 이들을 끌어내는 후보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공약이 승부수: 초단기 대선 레이스에 부동층이 여전히 두터운 것은 후보 간 정책 검증과 차별화의 부재를 이유로 들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지역민들의 정치 민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대선을 지렛대 삼아 전북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당내 경선 때 반짝 공약을 내놓았을 뿐 아직 구체적인 세부공약은 발표하지 않아 도민들의 갈증을 해갈하지 못하고 있다. 50대의 자영업자 K씨는 “전북 홀대 중단과 지역격차 해소가 필요한 데 다른 지역 눈치 보는 탓인지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가 없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전북인물을 중용하고 국가예산을 대폭 밀어주겠다는 후보를 골라 찍겠다”고 말했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도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18만명의 스윙보터를 보면 ‘전북 몫 부동층’이라 말할 수 있다”며 “도내 유권자들은 단순히 ‘지역 활성화’가 아니라 ‘낙후 전북 활성화‘라는, 구체적으로 전북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국민의당 도당위원장은 “부동층은 앞으로 전북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후보, 지역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당 차원의 공약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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