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꿈, 첫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꿈, 첫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4.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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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시골에서 읽을거리라고는 교과서밖에 없기에 새 교과서를 받으면 일주일 만에 읽고, 심지어 형과 누나의 교과서까지 읽어 버렸다던 초등학생 어린이. 그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도서관의 존재를 알았고, 책 중에는 소설책, 동화책, 시집도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렇게 수업시간에서 선생님 몰래 책을 읽으면서 보낸 청소년기.

 책이 좋아 시를 짓기 시작한 그 남자는 대학생 시절에는 곧잘 시를 써서 크고 작은 문학상을 차지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인으로 성장할 줄 알았더니, 하루하루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교사가 됐다. 그리고 사십을 훌쩍 넘기고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비로소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삶이 버거워지거나 무언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 시는 그를 지탱해준 힘이 되었다.

경종호 시인이 첫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문학동네·1만500원)’을 출간했다.

그가 동시를 짓기 시작한 것은 딸이 열두 살이 되던 즈음. 딸에 대한 바람과 애정을 고백한 것이 그의 첫 동시집이 된 것이다. 첫 걸음을 떼는 아기새처럼 사랑하는 딸이 걷는 길, 모든 첫걸음마다 따뜻하게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을 담은 동시. 그런데, 정작 그 동시가 첫 동시집을 세상에 내놓는 시인에게 격려와 박수가 되어 돌아온 느낌이다.

동시집에는 5년 전부터 시인이 모으고 버리고 쓰고 다듬은 40편의 동시가 담겼다. 교사였기에 그의 동시는 어른들이 짐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낸다. 시인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하지만, 잘못을 지적하거나 정정하려는 교사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안 시인의 말처럼 “가까이에서 지켜보지만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 태도”, 그의 교육철학이 동시에도 담겼기 때문이다.

김제 출신으로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익산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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