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도 문화 창조만큼 중요
문화재 보존도 문화 창조만큼 중요
  • 송영준
  • 승인 2017.04.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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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요즘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전라북도에는 1시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보기 좋은 곳이 많이 있으니 이 또한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익산 미륵사지도 그 중 하나로 고대 동아시아 문명 발달의 절정을 보여주는 왕궁리 유적과 함께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안에 자리하고 있다.

백제시대 무왕이 창건했다는 미륵사지는 백제의 국가사찰이자 동아시아 최대의 사람이었지만 17세기경에 폐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복원작업이 한창인 미륵사지 서탑은 국내 최대 최고의 석탑이며, 화강석을 목재처럼 다듬어 하나하나씩 이어붙인 목탑의 축조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만든 국내 유일의 석탑이다. 동쪽 마당에는 9층 석탑 즉 동탑이 세워져 있다. 동탑은 원래의 모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복원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고학적, 건축학적 고증을 거치고 서탑의 모양과 규모를 감안해서 원래의 탑이 있던 자리에 재현해 놓은 것이다. 높이 27.8미터인 이 동탑을 만들기 위해서 익산 황등에서 캐낸 화강석만도 2,700톤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동탑을 재현하면서 석재를 전통방식인 장인의 손으로 섬세하게 다듬는 방법 대신 기계를 이용해서 깎고 다듬었고 돌도 너무 희고 맑아서 현대적이라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게 2,700톤의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탑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하였다.

그래서 2015년 5월부터 430일간 동탑의 균열과 기울기, 지반침하 등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게 되었다. 국토의 가치를 더하는 공간정보·지적측량 전문기관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 전북지역본부도 (재)한국건설안전기술원과 함께 미륵사지 동탑의 안전진단 작업에 참여해서 레이저스캐닝 방법으로 3D정밀측량을 실시한 결과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측량기술인 3D정밀측량은 스캐닝데이터를 3차원 해석모델로 변환시켜 분석하면 부재별 제원과 미세한 변위·변형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 석탑과 같은 각종 유형문화재의 보존·관리에 폭넓게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 문화재 보존을 위한 각종 사업계획을 세울 때 기초적인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3D프린터를 이용해서 원래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도 있다.

미륵사지 동탑 측량을 마치고 이미 3차원모델링을 완성했을 때인 2015년 12월 익산 북쪽 8Km 지점을 진앙으로 진도 3.9의 지진이 발생했고 연이어서 3차례 여진이 추가로 관측되었다. 즉시 동탑에 대한 피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3D정밀측량을 실시했다. 지진 전후의 데이터를 비교해 본 결과 석탑에 균열이나 기울기, 변형 등이 생기지 않았고 지반침하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이 외에 경사량과 이격량을 측정하고 훼손·풍화상태 등 외관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미륵사지 동탑이 구조적으로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작년에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첨성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지금도 연이은 지진발생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진전문가들도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문화재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서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것이다. LX 전북지역본부에서도 익산 왕궁리 5층석탑, 남원 실상사 3층석탑과 황산대첩비, 구 전북도청 건물, 경기전, 완주 남계정 등에 대한 3D 모델링을 완료해서 DB를 구축하였고 앞으로도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자자손손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면 복원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용된다. 비록 미륵사지 동탑이 현대적인 기술로 재현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세월의 흔적이 더해지고 건립배경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으면 향후 복원될 서탑과 함께 미륵사지를 대표하는 석탑으로 자리잡아 가치를 높여 갈 것으로 기대한다.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도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방 차원의 문화재 보존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송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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