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 최정호
  • 승인 2017.04.1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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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가까이 선거를 하다가 보니 이제 꼭 선거를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 나는 정의롭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에 절망하여 선거를 통해 압제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이 행위에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제도를 만드는 데 실패하였으므로 이러한 삶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자본의 통제 아래 점점 더 미끄러져 들어가는 사회의 시스템에 우리의 삶은 봉쇄되어 있고 탈출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민주주의란 쥐들이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중 누가 자신들을 이끌면 좋은지 투표하는 것이란 미국 어느 정치가의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안철수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나는 이 두 사람이 도대체 그 막강한 권력을 획득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는 묻고 싶다. 당신들은 대한민국이 당해야 했던 고난의 시간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물건에는 가격이 책정되어 그 가치를 정량화하고, 한 인간에게는 과거의 ‘평판’이 신뢰할 만한 그의 가치로 계측된다. 선거에서 공약이란 다른 말로 미래에 대한 약속일 뿐이다. 나는 착한 이명박인 안철수와 청빈한 비서실장 문재인이 자천타천의 여타후보들에 비해 그들이 받는 높은 지지율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문재인은 정부를 견제하고, 감독해야 할 야당의 지도자로서 더 많은 책임이 있다. 국정의 파트너로써 무능했던지, 아니면 자발적 혹 비자발적 협조자였던 셈이다. 따라서 현 집권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퇴출대상이고 그들이 말하는 적폐세력인 셈이다. 이런 셈법으로 보자면 자신의 권력과 지위가 높을수록 이 사태의 책임도 커진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는 크고 작은 책임이 있고, 우리 모두 한편으로는 적폐대상이다. 한 국가는 그에 마땅한 정부를 갖기 마련이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이다. 정치는 완제품이 아니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다. 나에게도 태극기 부대(?)만큼은 아니지만 저급한 정치게임에 책임이 있다. 하여 선거의 계절에 내가 부담해야 마땅한 죗값의 대납 방편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1. 무제한에 가까울 만큼 다양한 방식과 시간동안 토론과 검증을 해야 한다. 대통령선거는 국민에게 평가를 받는 시험이다. 모든 자료나 스마트폰 등과 같은 도우미 없이 수험생은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토론을 기피하는 당사자는 정유라처럼 입시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깨알같은 치밀함으로 남들이 써준 공약을 보고 읽어서 18년 동안이나 국민의 선택을 받아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주요 후보군들에게 그들의 차이가 드러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나도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못했다. 2.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개정 전이라도 스스로 제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스스로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에 자신을 위치시키겠다는 공약은 탄핵사태에서 보여주는 부패하고 뻔뻔스런 대통령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최소한의 예방책이다. 말로만 책임감 있고, 말로만 정직하고, 준비된 대통령들에게 우리는 여러번 속아왔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지역과 직역을 떠나 환영받을 만한 공약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발생하는 모든 결정의 과정과 결과들을 공개하든지 법적으로 어렵다면 그 행적을 분석, 평가할 기구를 만들어서 사후검증이라도 철저히 해야 한다. 추천으로 국정책임자를 뽑았던 아테네에서도 추후감사는 철저히 하여 엄하게 책임을 물었다.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두목과 졸개로 구성된 떼강도를 초청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선거다. 3. 돈, 경제 얘기만 말고 가치에 대한 공약이나 토론이 가능해지길 희망한다. 자유, 평등, 박애,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교양이 있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촛불집회의 품위를 보인 국민에게 이제 정치도 응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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