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전북 보수정당의 절망과 추락
19대 대선, 전북 보수정당의 절망과 추락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4.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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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과 전북 <5>

 ① 절망: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문(文)-안(安)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정당은 존재감을 상실했다. 도민께 호소할 얘기도 간단치 않다. 크게 욕심 낼 상황도 아니다.” 정운천 바른정당 전북도당위원장이 11일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보수정당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리 공을 차 봐야 위쪽의 골문 안으로 들어갈 리 만무한 일.

그래서 탈출구 없는 칠흑 같은 밤길을 걷는 심정이 바로 전북의 보수정당 마음이라는 표현이다. 강영욱 바른정당 도당 사무처장은 “당세와 기반이 미약한 상태에서 보수층이 실종돼 너무 어려운 상태”라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유한국당 전북도당의 절망감은 더 깊고 넓다. 홍준표 대선 후보를 내고 한창 깃발을 휘날려야 할 때 자유한국당의 ‘자(自)’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는 당원들이 태반이다. 돌파구가 없는 민심의 절벽에 부딪힌 상황, 한 마디로 죽을 맛이라는 푸념이 곳곳에서 쉼 없이 들린다.

“전국에서 ‘보수 궤멸’이란 단어를 전북만큼 체감할 곳도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60대 중반의 한 당원은 “다른 사람에게 자유한국당 후보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 정도”라며 “이러다 전북의 보수가 완전히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② 추락:

전북의 보수정당은 한창 공든탑을 쌓아 올려갈 때 급거 추락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까지만 해도 보수정당 후보 지지율은 단 한 자리였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8만6천100표를 얻어 9.0%의 득표율을 기록한 게 최고치였다. 한나라당의 한 당협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우리는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민주당 텃밭에서 발이 퉁퉁 붓도록 뛰고 있다”고 중앙당 고위 당직자에 하소연했던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이 상황에서 2012년 18대 대선은 전북의 보수층에 한 획을 그었던 분수령이 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5만300표를 얻어 13.2%로 ‘마(魔)의 10% 벽’을 깨고 두자릿수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도당위원장을 맡아 ‘쌍발통’을 외쳤던 사람이 지금의 정운천 바른정당 국회의원(전주을)이다. 그는 여세를 몰아 작년 20대 총선에 출마해 당당히 금배지를 거머쥐는 등 전북내 ‘여풍(與風)의 주인공’이 됐다.

보수정당의 날개 없는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급전직하했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꿨고, 바른정당은 당에서 뛰쳐나와 분화했지만 격노한 전북민심은 등을 돌린 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때 27%에 육박했던 전북의 보수층도 일순에 종적을 감췄고, 최근엔 한자릿수로 쪼그라들었다. 옛 여권의 한 당직자는 “20년 공을 들인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앞으로 보수를 재건하는 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라고 한탄했다.

 ③ 재기: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일. 자유한국당 전북도당은 지난달 말 김항술 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선대위 구성을 비롯한 당직 정비 등 대선체제 전환에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항술 도당위원장은 “당직자를 중심으로 외부 인사의 영입과 충원 등 대대적인 외연 확대에 나서는 한편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선대위 차원의 실질적인 역량 강화에 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전북도당도 13일 선대위 출범식을 갖고 전북의 보수층 잡기에 나선다. 지역민들이 전략적으로 표를 분산해 달라고 호소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하는 표정이다. 정운천 도당위원장은 “도민들께 골고루 의미 있는 지지를 해주셔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전략적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전북의 보수층 20% 기반을 놓고 서로 13~15%씩 가져가겠다며 ‘보수의 재건’을 갈망하고 있다. 한국당의 전북 지지율 목표는 ‘어게인(again) 2012’의 13%이고, 바른정당은 현역을 중심으로 15%를 손에 쥐겠다며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촛불과 탄핵이 지나간 전북 보수의 들녘에 과연 재기의 꽃이 필 것인가? 이런 의문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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