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다운 어른’이 필요한 시대
‘어른다운 어른’이 필요한 시대
  • 김동근
  • 승인 2017.04.1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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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지 않은 시기에 인간의 평균수명은 100세에 이른다고 한다. 유엔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구분에 의하면 0세에서 17세까지는 미성년자, 18세부터 65세까지는 청년, 66세부터 79세까지는 중년, 80세부터 99세까지는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으로 구분된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져 노인의 숫자는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재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지만 모두가 어른답게 사는 것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어른’은 육체적으로 성숙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성인(adult)과는 차이가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어른 없는 사회>에서 ‘아이’와 ‘어른’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는 길에 떨어져 있는 빈 깡통을 줍는 일은 자기가 버린 것이 아니므로 누구의 의무도 아니고, 모두의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른’은 선뜻 깡통을 주워서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으면 자기집으로 가져가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품 수거일에 내다 놓는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아이’는 시스템 보전이 모두의 일이므로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른’은 시스템 보전은 모두의 일이므로 곧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이나 어른답게 사는 어른이 많았다. 이들은 우선 자기가 속해 있는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거짓과 사심이 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언행이 일치되도록 노력하였고, 인격적으로도 결함이 없었다. 이러한 태도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유지하였다. 또한, 말 한마디를 해도 가려서 할 줄 알았다. 후배들에게 충고와 따끔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지만, 후배들을 배려하고 격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이런 어른들이 있었을 때에는 사회에 어려운 일이 생겨 의견이 나누어질 때 어른들의 한마디에 대다수가 수긍하고 일이 수습되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단상을 보면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사회’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글을 쓰는 날 3년만에 세월호 선체가 육지로 이송이 완료되었다. 300명이 넘는 학생들과 승객들이 침몰하는 세월호 속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 때 혼자만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정의 책임자로서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본인을 위해 탄핵된 후 검찰에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검찰조서를 밤새워 7시간 동안 꼼꼼히 확인한 대통령,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게 열정 페이 운운하며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 등 무책임하면서 자신만을 돌보는 ‘아이’ 같은 어른들이 너무 많다.

우리 사회는 무책임하고 자신만 아는 ‘아이’ 같은 어른은 늘어나고 있지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존경받는 어른이나 어른답게 사는 어른이 별로 없다.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어른다운 어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 풍토와 교육 환경도 문제다. ‘어른다운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어른’들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른’을 찾아뵙고 그들의 권위를 인정해 주면서 연륜과 경험에서 묻어나는 지혜를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사라진 것도 그 못지않게 큰 문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사람들은 학교를 단순히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 교육에서 효율성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교사나 학교는 훌륭한 교사나 학교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교육이나 예절교육은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형식적으로 흘러 진정한 스승과 진정한 제자 관계가 없어진 지 오래다.

학교는 효율적인 교육서비스만을 제공하는 학원이 아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교육 이상의 것이 있다. 학교에서는 존경받는 어른들을 발굴하여 학생들이 본받고 자랄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어른다운 어른’이 많이 생겨나고 이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어른’으로 바뀌게 되면 그 사회는 큰 발전을 하게 된다. ‘존경받는 어른’이 생기면 그 사회 사람들이 ‘존경받는 어른’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에서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타인과 사회를 위하며 사회에 쓴소리를 하는 ‘존경받는 어른다운 어른’이 필요하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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