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기상예보, 이제라도 특정 지역 언급을 삼가야한다
미세먼지 기상예보, 이제라도 특정 지역 언급을 삼가야한다
  • 최재용
  • 승인 2017.04.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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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중국發 미세먼지 비중이 80%를 넘었다는 내용도 그렇고, 국내외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중국에 제대로 항의나 대책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담당하는 필자에게 가장 관심이 가고 민감해하는 내용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매번 기상예보 중 미세먼지를 언급하며 특정 지역이 더 심하다는 부분이다.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기사를 보고 방송을 듣게 되면 무의식 중에 우리 지역이 유독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으로 괜히 오인될까 걱정이 돼서다.
 
미세먼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웃하고 있는 거대한 중국대륙의 미세먼지 영향이 절대적인 현실에서 우리나라 어느 지역이나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친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별 차이가 없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최근 3년간 전국 광역지자체의 미세먼지 평균농도를 보면 54, 53, 51, 50, 48, 47 순으로 나온다. 이 정도라면 어디가 더 심하고 덜 하다고 하기도 그렇다.

여기서 필자는 이런 미세먼지 평균농도값 자체가 정말 유의미한 것인가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광역지자체의 평균수치라고 보기엔 측정망 설치 자체가 너무 적고 취약하다. 일반인들은 미세먼저 평균농도가 전국을 바둑판처럼 아주 촘촘하게 나눠 설치된 측정망에서 나온 값이겠지 생각할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못 하다.

우리 도와 시군 수가 엇비슷한 충남을 예로 보자. 우리 도의 경우 14개 시군 중 8개 시군에 14개 측정망이 있다. 충남은 어떠한가? 15개 시군 중 4개 시군에 7개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 도의 딱 반이다. 그런데 그 위치가 천안, 아산, 서산, 당진 4개 시군으로 그것도 북부권에 몰려있다. 특정 권역에 몰려있는 고작 4개 시군의 측정값을 충남의 평균치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비단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측정소가 설치된 시군의 비율을 보면 더 놀랍다. 우리 도가 14개 시군 중 8개 시군으로 60% 수준인데, 그래도 제주도와 경기도 다음이다.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가 20~30%의 수준이다. 지역내 고르게라도 설치되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그렇지 못하다.

왜 이렇게 허술할까? 그 이유는 이렇다. 미세먼지는 지역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망을 통해 함께 측정되는데, 이런 측정망은 산업단지나 특정 주거 밀집지역에 주로 위치한다. 외부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보다는 특정 산업단지나 지역의 공장이나 교통흐름에서 자체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오염도를 측정하고 관리하여 그 지역의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 본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특정 지역에 한정적으로 설치된 대기오염측정망으로 전국적인 미세먼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곤란하다. 게다가 그런 측정값을 평균하여 광역자치단체의 평균치로 말하는 것은 대표성도 떨어져 더더욱 타당하지 않다.

이제라도 미세먼지의 측정값을 광역자치단체별로 구분하여 평균을 내고 어느 자치단체가 더하고 덜하다는 서열을 메기는 것을 삼가야 한다. 그래도 기상예보에서 뭔가 구분지어 말하고 싶다면 중부지역이나 남부지역 이런 정도 표현이면 그래도 낫다. 미세먼지 기상예보에서 관행적으로 따라 붙는 특정 지역 언급을 제발 삼가주길 바란다.

최재용 (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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