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전하는 봄을 느껴 보아요
‘희망’을 전하는 봄을 느껴 보아요
  • 이길남
  • 승인 2017.04.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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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감동을 주자

매화향기 감도는 춘삼월이다. 밭둑에서는 유채꽃밭에 하얀 나비가 날아다니고 어느새 햇살이 따갑다는 느낌마저 드는 행복한 봄날이다.

바람이 간간히 매섭기도 하지만 봄은 봄이라 햇살 따사로운 양지쪽에 노란 민들레가 제철이고 제비꽃, 할미꽃도 피었다.

개나리, 목련이 만발한 천변을 걷다보면 쫑깃거리던 쑥이 제법 자라서 무성하고 연두빛 버들가지도 보이고 물 위에 떠있는 오리들이 한가롭다.

겨울을 지나며 잎이 하나도 없던 메마른 나뭇가지마다 작디 작은 초록 잎들이 쫑쫑 솟아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희망’이라는 낱말이 떠오른다.

싹이 트지 않아 지난 겨울에 기어이 얼어죽었나 싶었던 나무가 봄비를 맞더니 소생하고 있다. 참으로 기쁘고 반갑기 그지없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으로 남긴다.

감동을 받으면 뭔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혼자 알고 지내기 아쉬워 가까운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 봄이면 우연히 찾은 제비꽃이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날에는 책 속에 고이 눌러두었다가 편지지에 붙여 보냈던 일이 떠오른다.

요즘에는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기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일이 많다. 사진이 올라오면 짧게 댓글을 달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다.

길게 글을 쓰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문장을 축약하는 일이 많아져 도무지 무슨 뜻인지 대화에 참여하는 그들이 아니고서는 알아듣기가 힘들다.

감정이 차츰 메말라가는 것이 긴 호흡 대신에 짧은 호흡 문화가 들어서면서 아닐까 싶다. 밤을 새워가며 손편지를 쓰던 시절에는 긴 호흡의 노래를 부르며 살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흥얼대는 요즘 노래를 따라 배워보려해도 노랫말이 무슨 뜻인지 쉽게 파악도 안되고 도무지 박자가 빨라서 따라잡기도 힘들다.

어디든 빨리 가고 빨리 전달하는 스피드 시대라 빨라서 좋긴 하지만 갈수록 더욱 빨리 변하는 세상을 쫓다보니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럴수록 마음의 여유를 찾고 조용히 산책도 해보고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져가는 풍경도 좀 보면서 살아보자.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자’는 참 좋은 말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곳에 데려다놓아도 감동이 없이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없다. 감동을 느낀 아이는 그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고 좋은 시로도 남기고 좋은 편지글로 써서 친구에게 전할 수도 있다.

짧은 봄이 가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에는 내 아이와 손잡고 주변 산책로라도 함께 거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봄 풍경을 감상해보자.

이길남 격포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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