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하는 입학식 어때요?
놀이로 하는 입학식 어때요?
  • 진영란
  • 승인 2017.04.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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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 첫날은 어떠셨나요? 전 올해도 1학년을 하게 되었어요. 입학식 때 부모님들과 놀기로 약속을 해 놓고는 무슨 놀이를 할까? 밤새 뒤척였어요. 입학식 아침은 무척 분주하네요. 실뜨기할 실을 자르다가 허둥지둥 강당으로 향했어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입학식을 마치고 떡과 식혜가 준비된 교실에서 입학을 축하하는 잔치를 했어요. 원래는 다시 강당으로 가서 놀려고 했는데 이동하기도 애매해서 교실에서 놀기로 했어요. 먼저 쌀보리를 했어요. 금세 까르르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실뜨기는 생각보다 어려워 하더라구요. 다문화 가정이 있어서 눈칫 껏 패스하고 손치기발치기를 했어요. 아이들이 짝을 바꾸어야하는데도 엄마 손을 안 놓으려고 하네요. 그마저도 사랑스러워요. 시끌벅적 놀이마당이 벌어져도 요지부동인 아이가 있었어요. 부모님이 부부교사여서 할머니랑 동생이 입학식에 왔는데 놀이를 거부하는 아이를 자꾸 윽박지르시셨어요.“넌 뭣 허냐? 왜 왔어? 동생이 더 잘 허네!”“할머니 그냥 있어도 괜찮아요. 제가 같이 천천히 놀게요.” 아무리 말을 해도 할머니의 속상한 마음은 쉬 풀리지 않아요. 고양이와 쥐. 대문놀이로 이어지는 대동놀이에서도 그 아이는 마지못해 몸을 겨우 움직여줍니다. 놀이가 끝나고 부모님들 이야기 나눈다고 하셔서 자유놀이를 했어요. “비석치기 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그 아이는 조금 떨어져서 관심없는 척 하다가 어느새 비석을 고르고 있었어요. 판이 거듭될수록 웃음이 번집니다. 그제서야 할머니도 웃으시네요. 오늘 입학식은 담임의 당부도 잔소리도 필요없었어요. 뭔가 서로 믿음을 가슴에 조금씩 담고 헤어지게 된 것 같아요. 학교 오기 싫다던 아이들도 내일이 기대된다고 하네요. 오늘 참 행복했어요. 평화샘 덕분에요.

드디어 아이들이 비석치기를 마스터하고 작년에 이 교실의 주인이었던 2학년 형아들하고 한 판 승부를 벌입니다. 놀기 대장 민혁이가“얘들, 왜 이렇게 잘 해요?”눈이 동그레져서 묻네요. 그러게요. 겨우 이틀째 하는 비석치기인데‘탁~! 탁~!’ 비석 맞는 소리가 경쾌하네요.하루열기 시간에 봄이야기가 나왔어요. 참견쟁이 서윤이가 “그런데 나들이는 언제 가요?” 운을 뗍니다. 사실 날이 추워서 좀 건너뛸까 싶었거든요. 마침 오늘 부른 노래가 “냉이, 민들레, 할미꽃, 제비꽃”들이 마구 출연하는 우리말노래였거든요.“그런데 나가서 뭘 봐요?” 여긴 유난히 겨울이 길거든요.“글쎄? 뭘 볼까? 우리 봄이 얼만큼 왔나 찾아볼까?”루페를 하나씩 목에 걸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자마자 복수초가 눈부시게 해맞이를 하고 있네요. 루페로 들여다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아이들이 신이 났어요. 별처럼 빛나는 들꽃도 우리 교실 창문 아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요. 산자락 아래 밤나무잎을 비집고 국화 싹도 수줍게 나와 있습니다. 양지바른 유치원 창문 아래에서는 냉이가 팔을 활짝 열고 우리를 반겨줍니다. 뿌리까지 보고 싶은지 흙을 들썩입니다.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관찰에 열심입니다. 텃밭엔 겨울을 난 담배초가 있어요.“이건 잡초니까 뽑아도 된단다.” 뿌리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불현듯 어릴 적 기억이 나는 거예요.‘아, 이걸로 제기를 찼었지?’한 번에 세개나 찼어요. 마지막은 하늘을 향해 날아갑니다. 풀제기를 따라 가던 아이들의 시선이 하늘을 맴도는 한 쌍의 매에 꽂히네요. 파란 하늘을 나는 매는 우아하기까지 하네요. 마지막 보물 쑥을 찾고 나서야 교실로 돌아왔어요. 실컷 놀고, 나들이도 다녀와서 밥도 맛나게 먹었어요. 내일은 또 어떤 보물을 찾을까요?

진영란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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