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쌀 소비문화가 정착 되어야 한다
다양한 쌀 소비문화가 정착 되어야 한다
  • 강태호
  • 승인 2017.04.0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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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한끼줍쇼”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평범한 가정집에 연예인이 찾아가서 밥을 얻어먹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먹는 밥이 다 거기서 거기’라며 반찬 투정하는 아이를 타이르는 옛날 어르신들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요즘 ‘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식생활 습관이 다양해지면서 ‘밥’이 곧 쌀이었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의 밥상에는 쌀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대신 빵, 면 등 밀가루 음식이 그 자리를 조금씩 자리를 차지해 왔다.

해마다 국내 쌀 재고량은 증가하는 반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9kg에 그쳤다. 농가를 제외한 비농가의 쌀 소비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전체 인구의 95%를 차지하는 비농가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9.6kg을 기록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60kg 선마저 붕괴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다양화되면서 쌀 소비량 감소는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농업 관련 기관들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쌀 소비 감소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방적인 소비 촉진 대책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종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7년 전부터 3월 14일을 ‘백설기-데이’로 지정해 쌀 소비촉진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3월 14일 ‘화이트-데이’로 많이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의 결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꼽아 보자면 ‘백설기-데이’에는 무조건인 쌀 소비를 강요하는 ‘메시지’만 강조되어 있는 반면 ‘화이트-데이’에는 연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단순한 ‘상술’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술’과 ‘마케팅’은 생각만큼 큰 차이가 없다. ‘상술’을 ‘마케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발함이 관건이다.

몇 년 전부터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큐브쌀’이 인기를 끌고 있다. ‘큐브쌀’은 성인 2명이 1회 식사하기에 적당한 양인 300g을 주사위 모양으로 진공 포장한 선물용 쌀이다. 연인에게 사탕을 주기보다 ‘둘이서 쌀밥을 먹자’라는 로맨틱한 감정을 쌀 소비 전략에 기발하게 접목한 좋은 사례이다. 사탕의 알록달록한 색상이나 달콤함보다 함께 밥 먹는 사이가 되고 싶다는 남성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이 통한 셈이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접근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난 18대와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폐지되었던 ‘고향 기부금제’를 다시 한 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도시민이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지자체는 고향에 기부금을 납부한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고향의 쌀, 과일 등 고향 특산물을 보내는 제도이다. 기부자는 세금혜택과 고향의 특산물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세수확보와 지역 특산물의 홍보와 판매가 가능하다.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을 제공하는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쌀 소비 촉진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순천향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등 현재 6개 대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농협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협력하여 올해 10개 대학교에 사업 참여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과자, 빵, 국수 등 가공식품에 밀가루 대신 쌀가루 사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쌀 소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은 쌀가루 공장, 쌀 과자 공장, 식품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국민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 중 10kg만 쌀가루로 대체해도 쌀 소비를 30만톤 가량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쌀 가공 식품산업을 적극 육성해 지난해 5조원 대였던 쌀 가공식품 시장규모를 2020년 7조원대로 키운다고 하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탱해준 생명줄이다.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재빠르게 변하는 지금, 우리가 가진 소중한 쌀의 가치와 문화는 변함없이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바란다.

강태호<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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