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흔 그림에세이 ‘누에(nu-e)’
김이흔 그림에세이 ‘누에(nu-e)’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4.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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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흔 作 누에

 봄은 매화 향기와 함께 찾아 온다.

 짙은 기다림의 정취인 셈이다.

꽃잎이 벌어지면서 만개하고 세상에 번져나가는 꽃 향기를 통해 봄이 돌아옴을 알아 차린다.

최근 봄의 꽃 향기 속에서 김이흔 시인이 세 번째 책 ‘누에’(교음사·1만 2,000원)을 문단에 선보였다.

전북 부안 출신의 김이흔 시인이 본명 김형미로 첫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과 ‘오동꽃 피기 전’에 이어 이번엔 그림 에세이집을 내놓은 것이다.

김 시인은 지난 2000년 진주신문과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과 함께 2003년에는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작가회의와 시인협회, 문인협회 등에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오동꽃 피기 전’으로 불꽃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으면서 불교와 동양철학에 심취했다고.

신간 ‘누에’는 복잡다단한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누에는 눈이 없다. 언뜻 보기엔 있는 듯 보이지만, 무늬에 불과할 뿐 앞을 볼 수 있는 눈은 아니다. 어쩌면 누에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늘에서 부여받은 것은, 진짜 자신의 눈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겪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에’ 본문 중에서.

시인은 직접 에세이 내용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에세이집에는 누에치기의 시조인 누조에 관한 내용부터 누에를 기르는 어머니 잠모, 날 수 있을 때까지 누에가 부르는 노래 등 총 11부로 나눠 실렸다.

완주 공동문화창조공간인 누에에서 작품의 발상을 얻어 독특한 그림과 동화적인 느낌으로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부안 명물인 누에에 관한 글을 담았다.

책에 그려진 그림은 시인이 직접 컴퓨터 그림판을 활용해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림은 투박하지만, 글의 이해를 돕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문장은 소박하지만, 그림의 이해를 도와주는 도구로 쓰였다.

글과 그림이 상호 작용을 하듯 이뤄진다면 이런 수단에 힘을 얹는 건, 시인의 창의력이 윤활유이자 촉매제 역할이 돼 줬다.

김이흔 시인이 삼세번 끝에 시집보다 더 시집다운 에세이집을 그림과 곁들여 남길 수 있던 것은, 문단에서 걸어온 17년 가까운 여정과 문학적 깊이를 내공으로 삼았기에 가능하다.

그렇게 쌓아 올린 내면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인은 또 다른 생명체에게 인간 본연의 성찰을 이끌어냈다.

누에라는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하고 연구함으로써, 독자들과 사물의 이치를 알고자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가 엿보인다.

그래서 그림 하나가 어렵지 않고 익숙하며, 문장 하나가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의 파장이 강렬하다.

누에가 진짜 자신의 눈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독자들과 같이 겪으며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돋보인다.

“뽕잎을 먹다가 자고, 일어나 또 먹고 자던 그 세월을 모두 잊고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더 진화된 나, 더 큰 나로 이 세상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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