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의 책무
차기 대통령의 책무
  • 이한교
  • 승인 2017.04.0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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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국 20∼50대 성인 남녀 1,0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내용은 사회·국제 분야에 대한 것으로 진짜 뉴스 2건과 가짜뉴스 4건을 섞은 뒤 진위여부를 맞히는 테스트 결과, 만점자는 1.8%, 3건을 맞힌 사람은 38%에 불과했다. 문제 중 오답률(75.1%)이 가장 높았던 뉴스는, 진짜 뉴스에 가짜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으로 덧붙인 것이었다.

이처럼 가짜 뉴스도 교묘하게 꾸미면 충분히 속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만연한 결과 응답자 83.6%는 우리 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고, 76%는 진짜 뉴스를 가짜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 입맛에 맞는 가사만을 믿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모두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필자는 살만한 세상이란 진실이 살아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라도 진실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는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모든 이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기득권세력 등이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고, 돈과 권력을 취하기 위해 싸우지 않아야 가능한 세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원인을 두고도 어떤 이는 바닷속 암초와 부딪혔다 하고, 또 다른 이는 폭침 또는 잠수함과 충돌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해서도 김현희 씨는 스스로 북한 공작원이었고 바로 자신이 폭파범이라 말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부의 자작극이라 주장하는 자가 있으며, 17년이 지난 천안함 폭침도 한미가 짜고 벌인 공동 자작극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그 소문이 스마트폰 앱 등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다. 국민은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정부 발표와는 달리 주장들이 나름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것과 모바일·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가짜와 진짜의 구분이 점점 미궁에 빠지지만, 정부가 바로잡을 만한 신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을 바꿔나가려면 먼저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부터 변해야 한다. 절대 가짜가 발붙이지 못하게 깨끗이 통치를 해야 한다. 가짜로 돈과 권력을 잡을 수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지시인들 스스로도 침묵하거나 대통령 병에 걸린 후보를 찾아다니며 거짓말을 조장해선 안 된다. 대통령을 포퓰리즘에 빠지도록 유혹하고 매사 정치 연장선에서 기득권을 가지려 버둥대게 하여서도 안 된다. 더 늦기 전 현 대통령 후보부터 한마디 말과 행동도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해야 한다. 사사로운 것에 마음을 두지 말고, 개인의 부귀영화를 탐하지 말고 국민을 똑바로 보고 진실한 사람이 되도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 특히 거짓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봐야 한다. 대통령 당선을 위한 공약보다는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따라서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거라도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국민을 설득할 가치가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필요한 정책이라면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을 유혹하지 말고 온몸과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설득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모든 힘을 집중해 진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국민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특히 이해관계로 거짓을 유포하는 자들을 양지로 불러내 국민 앞에서 말하게 하고, 그들의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동안 지겹게 벌였던 탁상공론과 밀실정치를 버리고 반드시 정책을 실명제로 공개하고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만약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알아들을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시간을 두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생기고 나라가 안정되며 정부를 믿고 어려움을 함께하려는 자발적인 자정 운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갈림길에 서 있다. 사회가 점점 부패해지고 양극화가 심화하여 분열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꿈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의 문턱에서 3만 불 시대를 열지 못하고 10여 년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그 심각성을 무시하고 거짓된 달콤한 말과 감언이설로 국민을 속이면 머지않아 우리는 공멸할 것이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진실로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정치, 모든 사안을 정치 생명 연장선에서 보지 않는 정치만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게 될 것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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