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폐지 논란과 교육의 방향
‘교육부’ 폐지 논란과 교육의 방향
  • 천호성
  • 승인 2017.04.04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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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렸다. 집권기간 동안 정부정책은 역주행하였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하였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대통령 탄핵에 이어 급기야 자신을 포함하여 권력의 중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정부의 중심기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준비해 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국가와 국민의 비전과 희망을 만드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간 교육부가 보여준 행태는 박근혜 정부의 민낯에 다름 아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망각한 체 오히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은 인간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특징은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경쟁논리를 매우 적극적으로 적용하였고, 교육개혁의 방향은 이념적 접근이었으며 교육정책의 내용과 추진방식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형태였다. 따라서 교육부와 다양한 교육집단간의 소통은 원활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갈등이 발생하였다. 두 정부 교육정책의 결과 현재 한국의 학교교육은 개인 간, 학교 간, 지역 간의 교육양극화가 심화하였고, 이념갈등으로 인한 교육공동체가 붕괴하였다. 교육경쟁은 고교 및 대학서열화를 심화시켰고, 누리과정의 지방 떠넘기기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지방교육자치의 기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춤을 추었다. 장관들의 평균임기는 1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국가교육과정은 수시로 개정되어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었으며,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등이 졸속으로 강행되었다. 대학교육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성인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해체된 체 교육 관료들의 손에 맡겼다. 교육부가 제시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학총장을 아무 이유도 없이 임용 거부한 수많은 대학의 사례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 폐지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교육에서 ‘수월성’과 ‘평등성’은 오래전부터 지속하여 왔던 해묵은 논쟁으로 수월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시장주의 경쟁체제를 통해 우수한 인재양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평등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교육의 공평성과 기회균등, 보편성, 공공성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정의로운 교육실현을 교육의 목표로 강조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의 가장 중심은 경쟁과 수월성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육 정책시행의 결과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였다는 점이다. 이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금 우리 교육은 인구절벽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시대, 초연결사회를 눈앞에 두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따뜻하고 창의적인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숙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된다. 즉 교육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기도 하였고, 대선후보 중에도 동일한 주장을 하는 등 교육부의 폐지와 함께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교육의 근저에 깊숙하게 내재하고 있는 적폐와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의 핵심가치는 정치적 중립성, 자율성, 지속성, 다양성 등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 어떠한 제도를 새롭게 만든다 할지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강요와 운영, 교육철학의 빈곤에 따른 근시안적 정책시행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도의 확립과 동시에 정부의 통제와 감시보다는 교육 관련자들의 자율과 창의가 살아있는 교육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천호성<전주교육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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