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이제 국가가 나서라
조현병! 이제 국가가 나서라
  • 김형준
  • 승인 2017.04.04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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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인천에서 조현병을 앓는 10대 여학생이 8세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세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도 결국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조현병 환자의 범행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조현병은 대표적 중증 정신병으로 생각을 조절하는 뇌 신경회로가 오류를 일으켜 망상이나 환청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더불어 직업, 대인관계 등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이다. 100명에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발병을 하는 조현병은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어린 시절 트라우마 같은 심리적 문제보다는 유전, 생물학적인 원인 등 뇌 기질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조현병 환자가 증상이 악화할 경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을 갖기도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무심한 언행이 조현병 환자에게는 자신을 해코지하려는 피해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실제로 자신을 괴롭히는 환청으로 들려 이것이 공격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천천히 걷은 행동이 자신을 못 걷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하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살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공격행동은 자신을 향할 수도 있고 타인, 심지어는 자신의 부모나 자녀같은 친밀한 가족들에게도 향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에 익산에서도 조현병을 앓고 있던 고등학생이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사고가 있었고, 몇 년 전 전주에서도 조현병을 앓던 한의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기도 했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최근 이런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이상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수는 5,026명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를 모두 포함한 이 범죄 수치는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정신질환자 수는 2006년 2천869명에서 2015년 3천244명으로 10년 새 13.0% 증가했다. 특히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정신질환자는 160명에서 358명으로 123.7%나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건들로 인해 조현병 환자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시각만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조기 진단을 받고 적절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통해 관리된다면 대다수의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순진할 정도로 안정된다. 실제로도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이 훨씬 낮은 것도 사실이다. 조현병이란 이유만으로 마음의 병과 싸우며 사회 일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중인 조현병 환자들에게 주홍글씨가 새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최근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늘어나는 것일까? 이 문제의 답은 조현병 환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에게 있다. 그동안 사실상 정부의 조현병같은 중증 정신장애인의 정책은 거의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정신보건법이 처음 생긴 지난 20여 년 동안 사실상 조현병 환자 관리의 중심을 대형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 같은 수용위주의 치료 정책에 의존하였고, 또 거의 방치에 가까운 투자로 버터 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 전반에 법과 인권의식의 성장하고 ‘장기 입원일수’ 같은 여러 지표들이 OECD같은 국제적 기준에 부족하다는 여론에 따라 정부는 최근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압박 등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을 까다롭게 하고 퇴원을 유도하도록 해왔다. 물론 이런 수용위주의 관리를 사회복귀를 통해 지역사회기반의 관리로 전환하는 것은 정책으로 옳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투자와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장기 입원 등의 통계치만을 줄이기 위한 일방적 정책이 이루어진 것이 최근의 정신장애인의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극단적 예가 바로 5월 30일부터 새로 시행되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판단하건대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방법으로 입원절차를 까다롭게 법을 개정한 것까지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그렇게 퇴원하여 사회로 돌아갈 환자들을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정책당국에 되묻고 싶다. 또 한 가지 커다란 문제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의료급여 조현병 환자들의 치료수가가 건강보험을 가진 환자의 수가에 60%에도 못 치게 차별하면서, 그나마도 지난 10년간 거의 동결한 상태에서 싼 약과 부족한 치료로 그들이 사회에서 안전한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단언컨대 어불성설이다. 조현병! 이제 국가가 나설 때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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