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의 선물:황사와 미세먼지
대국의 선물:황사와 미세먼지
  • 김종일
  • 승인 2017.04.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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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다. 매화꽃이 하얗게 개화한 것은 꽤 지난 일이고, 어제 삼천에 나가보니 개나리가 노릇노릇 몸을 추스르고 있고 버드나무 가지에도 파릇파릇 물이 오르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 좋은 춘삼월 봄날에 눈이 따갑고 숨쉬기가 편치 않다. 바로 미세먼지 탓이다. 예전에는 중국의 사막이나 황무지에서 발생한 모래나 흙먼지들이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봄철 황사가 골칫거리였는데, 요즘엔 미세먼지 때문에 사시사철 편할 날이 없다. 황사는 자연적 요인이 큰 반면에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황산염이나 질산염과 같은 중금속 물질이 주성분이고, 크기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폐와 혈관에 쉽게 침투하기 때문에 눈과 코 그리고 기관지와 폐 등에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 건강이 염려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하루하루 지내는 게 고통스럽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두고 한때 국내냐 국외냐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젠 80% 이상이 매일 세계 석탄의 절반을 태우는 중국에서 발생해서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근자에 이념이라는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우리 사회에 온갖 악취를 풍기고 다니는 사람들이 미세먼지의 주원인을 우리 식탁의 고등어구이로 지목하는 어처구니없는 코미디도 있었지만,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화력발전시설과 기타 배출 요인의 영향은 모아봐야 20%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혹시나 의심스러우면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농도와 상태를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번 보고 나면 더 이상 묻고 따질 것도 없다.

우리가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 5~6년 전이다. 그 시기는 중국정부가 북경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완화하고자 북경 근처의 공장들을 우리나라와 가까운 산둥반도와 화북성 쪽으로 이전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알다시피 북경의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방송을 보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또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현재 중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북경의 자동차 대수를 제한하고,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굴뚝 공장을 폐쇄 또는 이전하고, 전기자동차 보급에 힘을 쓰는 등 나름의 자구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북경 등 일부 지역에 국한해서 추진하고 있는 조치이고 여전히 환경 개념이 희박한 중국에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연 공장들은 바람을 등지는 북경 동쪽으로 이전했으니 북경 상황은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우리나라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또 이로 인해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도 비록 무능한 정부지만 좌시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한·중·일 공동연구와 스모그 등 대기오염문제 해소를 위한 양국협력 등을 수차례 중국에 제안했지만 역시나 오만불손의 나라는 사과는커녕 일언반구 대꾸가 없다고 한다. 지극히 범지구촌의 민폐국가다운 태도지만 당하는 우리로서는 난감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억울하게 손 놓고 계속 속만 끓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꾸준히 개선을 위한 양국 공동 노력을 제안하고 국제적인 문제제기와 공론화에 노력하는 동시에 국제사법재판소 등에 황사 및 미세먼지에 의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내 상황이다. 오늘도 여전히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 아니라는 방어에 목숨 걸고 나서는 중국 측 대변인들이 너무나 설쳐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과 중국 이야기만 나오면 반색하며 감싸는 집단들이 요즘 국민 건강의 최대 화두인 미세먼지조차도 적군과 아군을 가리는 이념 대결의 장으로 써먹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중국의 오만방자한 만행에 대해서도 옹호하기에 바쁜 이 사람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륙의 먼지조차도 대국이 소국에 보내는 귀중한 선물로 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 황사나 미세먼지보다 먼저 이런 매국노들부터 우리 사회에서 깨끗이 쓸어내는 것이 요즘 대선정국에 한참 회자하고 있는 바로 그 적폐청산일 것이다. 하루빨리 국론을 모아 미세먼지와 함께 곧 불어 닥칠 황사 해소를 위한 중국 측 조치를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일이다. 곧 들어설 차기정부의 임무가 막중하다. 어느 때보다 후보가 많다. 적어도 국민 건강은 뒤로하고 중국의 먼지조차 싸고도는 매국노만은 반드시 거르자.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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