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과 세대 전쟁, 어디로 튈까
19대 대선과 세대 전쟁, 어디로 튈까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7.04.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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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과 전북 <2>

 정치에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라는 게 있다. 또래들이 느끼는 연대가 어떤 트렌드를 형성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의 특성과 구분되는 효과를 뜻하기도 한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세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대의 보수화와 50대의 진보 성향이 그렇다. 과연 전북은 어떠한가?

 ■ ‘세대 역전’의 심화: 전북의 ‘세대 역전’은 18대 대선이 막 끝났던 지난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전북의 2030세대는 2010년까지만 해도 51만2천명을 기록,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무려 27.1%를 차지하는 등 ‘선거판의 큰손’으로 자리했다. 투표율은 낮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각종 선거에서 ‘파워풀 보터(powerful voter)’, 힘있는 유권자였다.

 하지만 2013년부터 확 달라진다. 그해 2030세대는 46만6천명으로 급감, 전체 인구대비 24.9%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취업이 힘들어 수도권으로 속속 빠져나가면서 전북의 젊은이들이 급감한 게 근본 이유다. 작년 말엔 44만4천명까지 줄어, 그 비중 또한 23.9%까지 내려간 상태다. 5060세대는 다르다. 장년층에 해당하는 이들은 2010년 말 44만9천명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51만7천명으로 확 불어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북의 2030세대와 5060세대는 2013년을 기점으로 엑스자(X)형으로 완전히 교차됐다”며 “세대 역전의 심화로 선거 캠프의 전략과 전술도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 50대 균형추 역할: 전북의 세대 간 인구의 역전 현상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 50대의 균형추 이론이다. 세대별 유권자 비중에서 50대가 급격히 증가, 가부동수일 때 결정권을 쥔다는 이른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지금의 50대는 1980년대 전두환 정부에 저항한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로,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되는 통상적인 연령 효과가 잘 먹혀들지 않는다.

 80년대 대학을 나왔던 지금의 50대는 20~30대의 진보 성향을 띠는 ‘코호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다 전북의 50대는 지난해 말 29만9천300명을 기록, 30만명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살 단위로 쪼갠 연령대별로 본다면 전북의 50대가 단연코 최다 인구를 자랑한다. 유권자가 많은 데다 정치 성향도 진보적인 이들이 세대 전쟁의 중심추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40대가 세대 전쟁의 균형추 구실을 했는데 이번 대선에선 50대가 새롭게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최대 관건은 투표율: 이제 투표율이 중요해졌다. 2030세대의 보수화 성향이 강해지는 대신 60세 이상 노년층의 진보화 경향도 심화해 세대 전쟁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어떤 성향의 후보가 어떤 세대의 유권자를 얼마나 투표소로 끌어내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전북의 2030세대 투표율은 통상 45~65%의 박스권을 형성해 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세게 붙었던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만 63~73%를 기록했을 뿐이다. 18대 대선 당시 전북의 5060세대의 투표율은 50대가 83.2%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2030세대에 비해 최소한 10%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50대 이상 장노년층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투표율마저 확연히 높다면, 대권주자들은 장노년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 10월 이후 대통령 파면 등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2030세대의 정치적 관심이 폭발했다”며 “이들의 대선 투표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취업 문제와 내 집 마련의 고통에 시달리는 전북의 2030세대가 올해 대선 때 투표장으로 대거 나온다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진보적 성향을 유지한다면, 이 또한 누구에게 유리할까? 전북의 뜨거운 세대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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