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난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디(Indie)의 특별한 축제를 열고 싶어요. 그래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너무도 없지만, 함께하는 마음으로 밀고 끌고 한다면 정말 재미 있을 거에요.”
전주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드러머이자 기획자 박인열(라디오스타인디레코드 대표)씨의 진심을 담은 제안에 일본, 타이완, 한국의 60여 팀의 밴드 뮤지션들이 열린 마음으로 페이 한 푼 받지 않고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그렇게 3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된 ‘2017 그린 블루 뮤직페스티벌(Green Blue Music Festival, Carnival 2017)’이 오는 6월 3일부터 6월 5일까지 전북 완주군 상관 편백숲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그리고 전라북도, 그리고 전통문화의 고장이라는 전주. 사실, 너무 많은 문화적 자원들이 차고 넘치는 지역이다 보니 인디정신을 품고 사는 언더그라운드밴드들이 설 자리가 비좁기만한 특성을 무시할 수 없는 동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축제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는 SNS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퍼져 나가고 있다.
페스티벌 장소로 선정된 완주 상관의 편백숲은 전주의 명소인 한옥마을에서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불과 15분 거리에 위치한 장소다. 이 공간에는 평지와 길목, 산속까지 최대의 동선을 이용해 크고 작은 6개의 공연 스테이지가 구성될 예정이다. 동일규모의 마주 바라보는 두 개의 스테이지 사이에 관객이 위치하고 두 스테이지를 번갈아가며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도 기대를 모은다. 그야말로 각기 다른 스타일과 장르의 음악을 숲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만날 수 있다. 이동 동선마다 각양각색의 즐길거리도 함께 펼쳐놓아 천혜의 자연속에서 평온과 휴식을 누려볼 만하다. 캠핑족들을 위한 캠핑존도 마련되고, 한정판 기념 머플러타올과 디자인 티셔츠도 제작된다.
현재 1, 2차 라인업을 통해 공개된 밴드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지난 2015년 결성돼 일본 도쿄에서의 첫 공연부터 무시무시한 팬덤을 일으킨 장본인들인 ‘디스쿠오리아(Disqualia)’이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오랜 기간 활동해 온 관록의 아티스트인 타이완의 ‘몽키 파일럿’도 이번 페스티벌의 참여로 한국으로의 첫 여행길에 오른다. 지난 2014년 홍대를 배경으로 결성되어 활동 중인 독특한 팀명의 ‘과대불판사용금지’가 열정과 에너지 가득한 무대를 준비한다.
이와 함께 모비딕, 아프리카, 구텐버즈, 워킹애프터유, 뮤즈그레인, 레미디, 일렉스틱, 폰부스, 김성수 재즈트리오, 쟈니스파크 등도 출연한다.
물론,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편백숲을 사흘간 공연을 펼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예산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에 보름여 전부터 크라우드펀딩 후원을 열고 오는 5월 16일 자정까지 페스티벌의 지지자들을 찾고 있다. 30일 현재 최종 목표액의 4%에 불과한 126만원이 겨우 모인 상황임에도 기획자 박인열씨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지난 2013년에 시작돼 이듬해 2회를 마지막으로 자본의 압박에 좌절을 겪어야만 했던 그 시간들이 벌써 4년이나 흐르게 됐다”며 “세상에 숨겨진 보석 같은 음악, 음악가, 예술가 그리고 엉뚱한 상상의 소유자들과 축제를 만들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것을 진가를 알리고 함께 느끼고, 즐기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페스티벌에 메탈리카, 그린데이, 라디오헤드, 레이디가가는 없지만, 제겐 레드핫칠리페퍼스, 너바나, 머라이어캐리 같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면서 “대형 페스티벌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스테이지나 고막을 찢을듯한 음량을 기대할 수 없지만 스테이지마다 1~2백여 명이 공감과 즐거움을 나누기에 충분할 것이다”고 소개했다. 지속적인 진행사항과 자세한 내용은 공식페이지(www.facebook.com/greenbluefest) 참조.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