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얼마나 심어야 할까, 농민들은 불안하다.
모를 얼마나 심어야 할까, 농민들은 불안하다.
  • 황의영
  • 승인 2017.03.29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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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아파트 정원에 노란 산수유 꽃이 피더니 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바로 하얀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어서 목련이 붓 머리모양의 새하얀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미적거리던 겨울도 화신(花信)에 화들짝 놀라 꼬리를 사리며 슬금슬금 물러간다. 겨우내 그렇게 기다리던 만물이 약동(躍動)하는 봄이 드디어 오고 있다. 봄이 오면 농민들은 희망에 차 가슴이 설레고 바쁘다. 겨우내 설계한 영농계획을 한 가지 한 가지씩 실행에 옮긴다. 어느 논에는 언제 무슨 나락을 얼마를 심고, 어디 어디 밭에는 무슨 곡식과 채소를 어떻게 심어야겠다는 계획에 따라 이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1년 농사를 짓게 된다. 봄이 오는데도 희망에 차 설레기는커녕 농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고 어깨는 마냥 무겁기만 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느 것 한 가진들 농업인들이 근심을 하지 않고 짓는 농사가 없겠지만, 지금 벼농사가 가장 많은 걱정을 끼치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도 없고 가슴이 먹먹하고 걱정만 든다고 한다. 지난해 산지 쌀값이 폭락하여 20년 전인 1996년 13만3천603원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기야는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매입할 때 수확기 농가의 자금사정을 덜어주기 위해 매입가격이 확정되기 전에 매입대금 일부를 미리 지급해 준 우선지급금 4만5천원보다도 적은 4만4천140원으로 매입가격이 확정됐다. 농가는 40kg 한 포대당 860원을 정부에 되돌려줘야 한다. 대부분은 정산할 때는 나머지 부문을 추가로 더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게워내야 하니 농민들 심사가 뒤틀리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쌀 가격이 이렇게 내려간 것은 쌀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2016년에 쌀이 419만 7천톤 생산됐고 수확기인 2016년 9월말에 재고미가 175만톤이나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거 20년 동안 쌀 개방을 유예받으면서 매년 의무적으로 저율관세로 수입해야 할 물량이 40.4만톤이나 된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이 줄지 않으니 공급량이 늘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쌀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000년 93.6kg에서 2016년 61.9kg으로 약 34%가 줄었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큰 문제다.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 두 측면에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우선 감산(減産)으로 공급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올해 재배면적을 35천ha를 감축한다고 한다. 작년과 같은 작황을 가정해서 생산량이 5% 줄어도 400만톤의 쌀이 생산될 것이다. 적정재고량을 추산해보면 매년 의무수입량은 공업용으로 활용하여 식용으로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5천만명이 연간 약 62kg(1인 소비량)씩 먹으니 310만톤이면 되고 목표비축량 약 53만톤(식용 소비량의 17%)을 합하면 올해에 363만톤 정도 보유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보관중인 지난해 재고미 175만톤과 지난해 생산량이 약 420만톤 이었으니 금년도 보관미는 더 늘어날 것이다. 쌀값을 안정시키려면 재배면적을 더 줄여야 할 것이다. 외화를 들여 수입해오는 콩, 옥수수, 사료작물 등을 논에 심어 쌀 생산도 줄이고 외화도 절약했으면 한다. 다음으로 수요를 증대시켜야 한다. 우선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자.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은 아침밥을 거르거나 아침밥으로 다른 대용식을 먹는 것보다 쌀밥을 먹게 하면 뇌 활동을 활성화해 공부를 잘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쌀국수, 쌀라면, 쌀빵, 쌀막걸리, 쌀 소주 등 쌀 가공식품을 적극 개발하여 소비를 증대시키도록 하다. 쌀 소비증대 정책은 단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성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또 현재 재고미의 상태를 보아 사료용으로 전환하거나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 유, 무상 원조를 통해 보관량을 줄였으면 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재고미를 줄이는 정책을 도입하지 않으면 올해에도 쌀값 하락현상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농민들은 모내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모내기를 한다면 무슨 품종의 벼를 얼마나 심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재배면적을 확 줄여 공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데는 정부도 자신이 없을 것이다. 만약에 자연재해로 흉년이 든다면 쌀값이 폭등할 테니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쌀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더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도 ‘쌀 소비운동’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준다면 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의영<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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