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그 열기와 현실
영어교육, 그 열기와 현실
  • 국방호
  • 승인 2017.03.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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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표가 벌목으로 열대우림이 점점 사라져감에 따라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하자 이어 미국 대표는 자국이 도쿄의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선진국으로서의 위상도 무너졌고 국내의 비판여론 또한 거세다고 잇는다. 10개국의 대표가 차례로 각기 자기나라의 대기오염 실태를 고발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토론은 저녁 11시에야 끝났다. 

  이는 흡사 국제기구에서 볼 수 있는 회의라 생각되나 지난해 후반기 전북도청에서 주관한 ‘모의유엔대회’의 실제 상황이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고자 도차원에서 야심차게 마련한 제1회 영어토론대회였다. 각국을 대표하는 10개 고교의 학생들이 2명씩으로 짝을 이루어 주제에 관해 1주일 동안 준비를 하고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각기 의견을 발표하였는데 뒤에서 심사위원이 내용의 구체성과 영어구사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시상했다.

지금은 동서 이념대결이 깨지고 국제질서가 경제논리로 재편됨에 따라 외국어는 무역을 통한 자국의 이익에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근래 몇 년 동안 영어의 언어 지배성을 감안한다면 다시금 바벨탑시대로 회귀하는 느낌마저도 들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 해도 모국어가 아닌 이상 영어에 대해 울렁증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게다.

영어는 1997학년도 7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식과목으로 채택된 이후 영어교육이 유치원 이하까지 내려간 것이 사실이다. 과열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라는 이유로 갈수록 조기교육이 늘어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업무상 초·중·고·대학까지 다양한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는데 교수학습 차원에서 보면 점차 모국어 습득방식처럼 의사 전달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는 지금처럼 접촉이 빈번하지 않을 때 서적을 통한 번역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계기가 되어 초기에 문법 번역식(Grammar Translation Method)이 발전하게 되었고 의사소통이 강조되면서 가능한 한 문법을 의식하지 않고 모국어처럼 표현하는 자연적 접근법(Natural Approach)이 대두되었다. 따라서 영어 학습은 우리말로 바뀔 때 나타나는 언어학적 차이점만을 인지하면서 내용전달을 말뭉치(cluster=collocation)로 익히고 어원분석을 통해 어휘를 늘려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지도하는 입장에서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먼저 언어란 상대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의 반응정도에 따라 수업의 질에 많은 차이가 있다. 학생의 반응과 표현을 이끌어내야만 효과 있는 학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수대상에 따라 진단, 준비, 실행, 평가라는 절차를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실에 맞는 교수법을 찾아야 한다.

때마침 학생활동중심 수업을 발표하는 전국적인 행사가 있어 도내 27명의 영어교사와 함께 다녀왔다. 최근 많이 활용되는 하브르타와 거꾸로 수업, 토론(debate)수업 등 현장에서 적용한 수업사례를 중심으로 전국의 시도 대표가 발표하는 자리였다. 아무리 좋은 방식도 막상 영어로 진행하려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공감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며 적용한 사례들은 학습지도의 변화를 감지하기에 충분했다.

영어교육의 필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다만 영어교육이 가정이나 사회에 경제적 부담이나 계층 간의 위화감으로 작용하지는 않아야 한다. 영어학습에 관한 자료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인터넷 등 우리의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다만 이를 학생 스스로가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방향만 제시해주면 된다. 왜냐하면 영어교육의 목적은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을 스스로의 의지로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호<영생고 교장·전북중등영어교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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