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의 적정기술과 상호보완적 관계성장
ODA의 적정기술과 상호보완적 관계성장
  • 이귀재
  • 승인 2017.03.27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 국제협력프로그램으로 실시하는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최소 비용과 물자로 현지의 환경과 주민의 욕구에 적합한 친환경기술 사업의 성과는 ODA를 통해 달라진 마을 모습을 확연히 느끼게 해준다.

어느 촌락에서는 낮에 자그마한 등불기구를 지붕에 얹어 놓았다가 밤이 되면 그것을 집안으로 가져와 스위치를 튼다. 갑자기 방안이 환하면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태양전지판에 충전된 전기가 밤의 등불을 비추는 것이다. 도넛 모양으로 가운데 구멍이 뚫린 드럼통을 끌고 다니는 시골 아낙네의 모습도 낯익을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물 한 동이를 지고 먼 길을 오고 갔는데 이제는 드럼통에 물을 담고 그 가운데 뚫린 구멍에 끈을 묶고 끌고 다니면 된다. 세라믹이나 진흙으로 만든 정수기로 더욱 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모든 것이 우리가 흔히들 부르는 적정기술이다.

적정 기술은 1966년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소규모 기술 개발을 위한 중간기술개발그룹, 즉 영국에 ‘ITDG(현재는 Practical Action)’라는 조직을 설립한 것이 현대적인 시초이다.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 is beautiful)는 대표적 저서의 제목처럼, 지금도 ODA 사업에서는 우리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표상으로 남아있다. 슈마허는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과 민중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통해 첨단기술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런 슈마허의 주장은 적정기술의 범위를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탄력적으로 해석해야 오늘날의 실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상에 유전개발로 잘사는 나라인 A가 있고, 섬나라 B가 있다고 가정하자. B의 주민들 대부분은 주식이자 생계수단은 어업이며 물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A국가는 섬나라 B가 외부의 약탈과 침략으로 못살고 있는 B를 도와주기로 하고 나름대로 방법을 모색한다.

첫째는 ‘그들이 잡은 물고기를 사주는 것’ 방법이다. 이것은 구호위주의 ODA 방식으로서 발전의 기회도 주지 않고 현상 고착화를 초래하는 정책이다. 둘째는 그물을 사주고 고장 난 ‘그물을 수리해주는 방법’이다. 이 역시 추가적인 생산성 증가의 효과도 없이 현상유지만 가능하고 성장지속은 불가능한 정책이다. 셋째는 고장 난 그물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계와 기술을 그대로 제공하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A는 자국산 기계를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B는 언제든 그물을 수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계속적으로 A로부터 기계를 매입하게 되므로 둘째 정책과 큰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그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R&D를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B가 현지의 원료와 자원을 개발하여 그물생산 기계를 위한 부품 등을 사업화할 수 있고 더 나아가 A의 산업구조와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A의 ‘완성품 기계’와 B의 ‘원료와 자원을 이용한 부품산업’의 상호 효율적 보완관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흔히들 적정기술을 둘째와 세 번째 정책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네 번째 정책이 가장 합목적인 ODA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임팩트적인 정책이므로 시간이 소요되지만, 단순원조가 아닌 상호협력과 지속가능성장이라는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되어야만 ODA가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적정기술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개념까지 아우르는 두 가지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말하자면 차돌이 많은 나라에서는 그 자원을 실리콘으로 만들도록 첨단 R&D를 투자하여 우리의 태양전지 플랜트와 상호보완 작용하여 풍부한 태양에너지를 전력에너지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상호보완적 관계 성장’(complementary relation-development)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귀재<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