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대연정
세월호와 대연정
  • 김남규
  • 승인 2017.03.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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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가 떠올랐다. 검게 녹슬고 할퀴고 무너진 모습을 보니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그을린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며칠 후에는 육지에 올라 애타게 그리던 가족을 만날 것이다. 단원고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인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님 등 아홉 명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한다.

세월호가 물에 잠긴 후 나는 SNS를 중단했다. 그들을 바다에 두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그러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지켜주지 못한 책임, 나처럼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세월호는 자본과 권력에 굴종하고 삐뚤어진 세상을 외면하고 살아온 선배 세대가 져야 할 부끄러움이다. 운동권이라는 명분으로 정치권에 들어간 사람, 세상을 바꾸겠다며 현장에 있지만 이미 낡고 기득권에 안주해버린, 그래서 이제는 ‘꼰대’가 되어버린 6월 항쟁 세대의 무능함이다. ‘어디 세상이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나?’라며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온 비겁함이다.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이를 두고 정권이 바뀌기 전에 세월호를 수습하여 책임을 벗고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해수부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그들에게 세월호 수습과 진상규명을 맡길 수 없다. 참사의 원인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진상조사를 방해 해온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조사특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비로소 모습을 보인 세월호를 보면서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을 생각한다. “한 놈만 미안하다고 해라, 한 놈만 변명하지 마라” 사과는 고사하고 세월호 특조위를 방해했고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 앞에서 폭식 행사를 하며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세월호 추모행사를 벌인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압했고 헌재에서 대통령은 참사의 책임을 벗었다. 안지사에게 세월호는 무엇인가? “우리가 먼저 품 넓은 진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안지사의 대연정 논리는 우리를 속 좁고 낡은 사람으로 만든다. 사과가 없는 데 용서하라는 것이 대연정인가? 안지사는 “적폐청산도 국가 대개혁도 여야가 함께 가야 한다” “개혁과제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용기를 내 손을 잡겠다” 나만 그런가?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정말 통 큰 지도자가 탄생했다. “상대를 인정하고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자”라고 말한다. 무엇을 인정하라는 것인지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안지사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한다. 대연정을 통해 혼란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란? 누가?, 국민이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어 혼란한 대한민국을 지켰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을 탄핵했고 국정농단 세력을 법의 심판대 앞에 세웠다. 그럼에도 누가 아직도 혼란을 부추기는가? 적폐 청산의 대상자들 아닌가? 아직도 청와대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극우보수단체에 돈줄을 대고 탄핵 불복과 폭력을 선동하고 있는 자들이 아니가? 안지사는 헌법을 수호하고 부패에 맞서는 촛불시민들에게 혼란스러우니 ‘상대를 인정’하자고,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이하는 전제를 붙여 ‘용기를 내 손을 잡자’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니 이제 분노를 거두라며 촛불시민의 분노를 속 좁은 복수심으로 만들어버린다.

참과 거짓의 싸움을 혼란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누구에 편에 서 있는 것일까? 안지사가 되고 싶은 대통령은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의’를 받는 것이 아닐까? “지역과 세대, 이념을 초월해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후보가 되겠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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