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일까 義일까
利일까 義일까
  • 김영주
  • 승인 2017.03.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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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께서 양혜왕을 알현하시니 왕은 기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노선생께서 추(鄒)나라에서 대량(大梁)까지 천리를 멀다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오셨으니 또한 장차 내 나라에 무슨 이로움이 있겠나이까?”

 맹자께서 이에 대답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꼬?’라고만 하시면 대부들은 당연히 ‘어떻게 하면 내 집을 이롭게 할꼬?’라 말할 것이요, 사(士)와 서인(庶人)들도 당연히 ‘어떻게 하면 내 몸 하나 이롭게 할꼬?’라 말할 것이외다. ‘위아래가 서로 다투어 이(利)를 추구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위 이야기는 국가와 개인이 추구해야 할 우선적 가치를 이(利)가 아닌 의(義)에 두어야 한다는 맹자의 사상을 잘 드러낸 일화이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작금에 전북의 주장이 이(利)의 문제인지 의(義)의 문제인지를 짚어보고자 함이다.

올해의 전라북도 최대화두는 단연 ‘전북 몫 찾기’이다. 최근 전라북도 기자협회가 초청한 유력대선후보 간담회에서 첫 번째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주자가 전북을 호남과 분리한 별도권역으로 보겠다는 발언이 있은 후 국민의 당 지도부와 소속정당의 지역의원들까지 나서서 소지역주의를 운운하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 부었으나 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기서 우리가 되짚어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과연 ‘전북 몫 찾기’가 이(利)에 문제일까, 아니면 의(義)에 문제일까. 利에 문제라면 당연히 소지역주의 의견에 공감하겠지만 의(義)에 문제라면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라북도 경제성장률은 30년간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그 기록을 반증이나 하듯 1987년 노태우대통령 후보로부터 시작된 새만금의 역사도 딱 30년이다. 그간 함께 시작했던 서해안시대를 위한 사업들은 서해안 고속도로의 수많은 통행량, 평택항을 중심으로 산업화한 아산, 목포의 대불산업단지는 이미 성장기를 지나 과도기에 다다른 지경이다. 그간 지나간 수많은 대선후보들은 새만금과 지덕권에 장밋빛 공약을 내세웠고 늘 그렇듯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어왔다. 전라북도는 충청권과 호남권의 접경지에 있고 어떤 대선후보의 말처럼 광역경제권역 안에서 늘 양보하고 밀려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지역의 식자들이 이는 의(義)에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유력대선후보 쪽에서 우리지역의 민심을 듣고자 언론사 종사자 몇 분과 사회단체 활동가와 지역의원 몇 분들을 만나 정치경제사회분야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눈 후 공통적인 의견은 더 이상 전라북도가 정권창출의 도구로 사용되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우리지역 도백은 전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실력을 키우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노력을 ‘전북 몫 찾기’라 명명하고 이를 통해 전북만의 방식으로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하였다. 이는 지역이기주의나 소지역주의의 문제가 아닌 지난 30년의 과오를 종식하고 전라북도만의 방식으로 국가적 통합과 발전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자 우리 지역의 문제를 정치권이나 누구의 탓이 아닌 스스로 풀어나가는 주도적 입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북 몫 찾기’는 자칫 소지역주의나 지역이기주의로 오해받기 쉬운 화두이자 이슈이다. 이 이슈를 이익의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이 이슈를 들고 나온 우리지역 도백을 비롯한 도민 모두가 졸렬해질 수 있는 위험한 이슈일 수도 있었으나 지난 30년의 결과들과 전라북도의 현실은 ‘전북 몫 찾기’가 이익이 아닌 정의의 문제로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백가쟁명이 한창이던 전국시대의 일화가 오늘의 전북에 주는 메시지이다. 지금 전북 몫 찾기는 利에 문제가 아닌 의義에 문제라고.

김영주<사회적기업 너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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