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대로 하자
법과 원칙대로 하자
  • 유길종
  • 승인 2017.03.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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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느닷없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혐의는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했다. 어느 인터넷 방송에 나와서는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짓으로 쌓아 올린 커다란 가공의 산”이라고 비난했다.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를 온갖 핑계와 트집을 잡아 끝내 거부했다.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탄핵인용결정을 내렸고, 그녀는 청와대에서 나와 환하게 웃으며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드디어 검찰에 출두했다. 자택에서 검찰청에 이를 때까지의 경호와 예우는 현직 대통령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포토라인에서 지극히 성의없는 말을 남기고 들어가더니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조사가 끝난 후 7시간이 넘게 조서를 읽으면서 정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진즉에 국정을 그렇게 챙겼더라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당연히 예상되었던 영상녹화와 녹음은 없었다. 원칙대로라면 영상녹화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검찰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의향을 물어 영상녹화와 녹음을 하지 않았다 한다. 영상녹화나 녹음을 했더라면 7시간 넘게 조서를 읽고 정정하는 수고를 덜었을 것인데 피차 수고가 많았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온갖 거짓말을 계속해왔고, 그녀에 대한 조사내용은 훗날 여러 시빗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조사과정을 영상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일반사건에서도 영상녹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과정을 영상녹화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하였든 그녀의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이미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수사관계자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미 최순실을 비롯한 수많은 공범들을 구속 기소했다.

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만 남았다. 정치적으로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이야 당연히 불구속을 바라겠지만, 남은 부역자들은 동정과 역풍을 기대하면서 오히려 구속을 바랄지 모르고, 반대편은 그런 우려에서 내심 구속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이 이런 정치적인 고려를 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법 위에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구속 여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형사재판에서는 불구속이 원칙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구속이 당연해 보인다. 구속의 일차적인 기준은 사안이 중대한지 여부일 것이다. 뇌물을 1억 원 이상만 받더라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430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 무겁다. 최순실을 위한 여러 직권남용까지 더해지고 있어 사안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중대하다. 증거인멸의 우려도 농후하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혐의를 ‘엮은 것’이라면서 부인하고 있었고, 이번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평성의 차원에서도 명확하다. 최순실을 비롯하여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던 여러 사람들이 구속되어 있다. 종범이 구속되어 있는데 주범을 불구속할 수 없다. 뇌물을 준 사람은 진작 구속돼 있는데, 뇌물을 받은 사람을 불구속할 수는 없다.

사법기관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사에서 인용한 것처럼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고 하지 않는가. 사안이 중대하여 중형이 예상되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이 원칙이다. 흔히 말하는 반성의 기색도 없다. 법과 원칙대로 한다면 어려울 것이 전혀 없다. 사법기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법치주의가 지켜지고 나라가 바로 선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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