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든다, 그대들 떠나는 날
봄볕 든다, 그대들 떠나는 날
  • 이해숙
  • 승인 2017.03.2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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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에 대한 부역(collaboration)은 전쟁의 패배와 적에 의한 영토점령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박원순은 ‘친일청산과 관련한 프랑스의 친나치 청산에 관한 그의 논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2

해방 후 3년이 지났지만, 이승만이 국민들의 거센 요구인 친일파 청산을 거부한 것은 독립촉성국민회와 국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한민당이 자신의 절대적 지지기반이었고, 친일파 청산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3

여전히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이는 박근혜와 최순실이 같은 날 검찰청과 법정에 출두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4

“나치 협력자들은 정치적 결정, 주로 정치활동과 때로는 군사행동 그리고 행정조치 및 언론의 선정활동 등의 변화무쌍한 형태로 프랑스 민족의 굴욕과 타락뿐만 아니라 나치 독일의 박해마저도 미화했다. 나치 협력자들의 엄청난 범죄와 악행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전체에 전염하는 흉악한 종양(腫瘍)들을 그대로 두는 것과 같다.” 1944년 8월 25일, 자유프랑스의 드골이 프랑스 입성 후 최초로 한 일은 나치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의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5

박근혜는 최순실과 단둘이 국정을 농단한 것이 아니다.

충실한 복종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사법부와 국가의 가치를 자신들의 재화로 환산해왔던 재벌들과 권력의 입으로 충실했던 조중동과 종편 같은 언론들, 그리고 권력 앞에서 자신의 안위를 구걸하던 관련 공무원들, 이들이 국정농단의 주범들이며 이들은 모두 함께 처벌되어야 한다.

#6

가인 김병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1949년 5월에 기획된 ‘국회 프락치 사건’을 통해 친일부역자를 청산하려던 반민특위 위원들과 그들을 지켜주던 국회의원들을 빨갱이로 몰아 구속시켰다. 슬픈 건 구속된 의원들은 김약수를 필두로 한 독립운동가 출신이었고, 이 사건을 수사하는 군인과 경찰들은 악질 노덕술을 위시한 반민특위에서 친일파로 지목된 사람들이었다.

#7

프랑스의 연감 『퀴드』에는 “나치 협력자 조사대상 150만~200만 명, 체포되어 조사받은 자 99만 명, 최고재판소와 숙청재판소에서 재판된 사건은 5만 7천 100여 건, 6천 766명에 사형선고, 782명 사형집행, 2천 802명에게 유기징역형, 3천 578명에 공민권 박탈했다.”고 적고 있고, 그 결과 프랑스는 승리한 민주주의를 대가로 얻을 수 있었다.

#8

여전히 이 땅에서는 친일파의 후손들이 권력을 쥐고 있고, 친일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되고, 탄핵을 당하고, 구속이 될 상황에 이르러도, 그들은 따로 모여서 박근혜를 제외한 그들만의 권력을 틀어쥐기 위해 개헌을 공공연히 준비하고 있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폐지를 주워서 그들의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단죄하지 못한 처절한 대가이다.

#9

장 폴 장 교수는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재판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는 모든 현재의 역사가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에서 자기를 재구성해야 한다. 과거청산이 사회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양식이라면, 그 근본목적은 사회가 가동시켜야 할 민주주의의 부활에 있다. 바로 여기에 반세기 전 나치 협력자 재판을 오늘에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10

추운 광장에서 촛불로 피운 우리들의 봄은 온전히 찾아들지 않았다.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들에서부터 ‘정치적 사면’, ‘그 정도면 된 것 아닌가?’라는 검은 연기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속지 말자. 그들의 정치적 사면은 그들에게로 겨눠질 칼날을 피하기 위함이고, 그들 스스로 박근혜 최순실과 분리시켜서 숨고 싶은 바람의 표현일 뿐이다.

박근혜와 부역자들이 완전히 사라져야 봄이다.

그 봄이 진정한 촛불승리, 광장민주주의 승리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해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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