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업유치 위한 경제전쟁 중
세계는 지금 기업유치 위한 경제전쟁 중
  • 완주=정재근 기자
  • 승인 2017.03.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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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제 Restart 캠페인 (2)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멕시코에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지었다. 멕시코 정부가 파격적인 기업 유치 조건을 제시한 게 새 공장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 여의도의 1.7배인 500만㎡ 규모 공장부지 무상 제공, 설립 후 10년간 법인세 면제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제시됐다.

만일 국내였다면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을 짓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토지 매입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허가 문제, 특혜 시비,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 등 여러가지 걸림돌로 인해 중도하차나 투자계획 자체가 백지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전자는 최근 2천800억원여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연산 100만대 규모의 세탁기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제일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투자 메리트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세라는 ‘채찍’과 투자기업 법인세 인하라는 ‘당근’을 번갈아 휘두르며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가 세탁기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 주정부 역시 공장 건설비용 지원과 세금 감면 혜택 등 강력한 기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국 내 투자기업들에 대해선 비싼 인건비를 상쇄할 만큼의 인센티브를 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게 미국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통 되고 일관된 방침이다.

멕시코나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이렇게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기업 유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다. 당장은 적지 않은 비용 부담과 각종 지원을 위한 수고로움이 뒤따르겠지만, 기업들을 유치해 잘만 육성 발전시키면 중장기적으로 국가 및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같은 부가적인 효과 또한 매우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이들은 ‘파격’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조건들을 기꺼이 기업들에 제시하고, 유치한 기업들의 성장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가 인센티브라도 좀 제공하려 들면 ‘국민 세금을 들여 특정기업에 특혜를 제공한다’며 여론이 들끓기 일쑤다. 1~200억원의 투자유치 지원금이 들어가는 문제에는 너도나도 한껏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렇게 유치한 기업들이 매년 지방세 몇백 억 원씩을 내고 몇천억원씩 지역 경제에 공헌하는 부분에는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있다.

한 예로 전북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경우 한 해 200억원이 넘는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다. 또 2014년 기준 한 해 4천700억원에 달하는 직원 급여를 지역경제로 유입시키고 있다. 이에 더해 전라북도 내 6천700여명에 불과한 억대 연봉자 중 30% 가까운 인원이 1개 기업에 불과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근무할 정도로 급여 수준이 높아 지역 전체 평균소득을 끌어올리는데도 톡톡히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동안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나 인센티브 혜택 또한 거의 없었다.

기업 유치에 접근하는 자세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투자 시 이러저러한 인센티브와 지원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자세를 한껏 낮추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국토 균형 발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우리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상한 정치논리를 앞세워 기업을 압박(?)하는 일이 많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건 분명히 맞지만, 기업이 사회공헌활동 단체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아자동차 멕시코공장 등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기업들은 지역과 국경을 뛰어넘어서라도 기꺼이 투자를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안 온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이 왜 안 오는지 우리 전라북도 현실부터 먼저 돌아보고, 기업들이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갖춰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완주=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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