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안타까운 죽음, 고교 현장실습제도 이대로 안된다
여고생 안타까운 죽음, 고교 현장실습제도 이대로 안된다
  • 김광수
  • 승인 2017.03.1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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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에 근무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학생이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저수지에 투신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에는 경기도 특성화고 학생이 전공과 상관없는 외식업체에 취직한 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2011년에는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던 한 학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2년에는 순천 효산고 학생 한 명이 울산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하는 사건 등 현장실습으로 인한 비극적인 죽음들이 계속되었다.

교육과 현장훈련이라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반인권적 노동착취와 고위험군에 내몰린 실습생들의 비참한 현실을 짐작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은 특성화고의 기능교육을 완성하는 ‘교육 과정’으로서 엄연히 ‘교육 기관’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을 빙자한 ‘노동착취’이다.

명분은 거창하게 ‘진로를 간접체험하며 전문성을 기른다’라는 말로 포장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근무조건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교육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취업률에 따라 평가받고, 지원금도 차등지급 받는 상황에서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무조건 현장으로 내몬다.

심지어 전년도 졸업생들의 해당 사업장에서의 업무 태도 등은 다음 연도 졸업생의 취업에 영향을 주는 구조 속에서 학교는 학생들을 외면했고 사업체는 주기적으로 공급되는 싼 노동력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여러 문제 제기로 2006년 실질적으로 폐지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가 2008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산업체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재개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취업률(2012년 37%, 2013년 60%)을 달성하지 못한 특성화고는 통폐합이나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며 강제했고 박근혜 정부도 취업률 중심(2015년 25%, 2016년 60%)의 현장실습 제도를 운영했다.

취업률을 통해 학교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함으로 취업률 지상주의로 인해 ‘취업형 현장실습’이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변질하였다.

그럼에도 직업 교육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제와 일·학습 병행 등 선진국에서 좋다고 하는 모든 제도가 도입되면서 교육과 노동의 의미가 혼재된 채 혼란이 가중되며 결국 학생들만 희생양이 된 것이다.

교육·훈련이라는 포장지에 쌓인 실습생은 이미 ‘노동’을 했다.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다. 실습이라는 말로 모든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낀 기업은 ‘이것은 노동이 아닌 진로 체험’이라며 그것을 발뺌해 왔다.

이렇게 실습이라는 핑계로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관행이 지금까지 ‘인턴’그리고 ‘열정 페이’로 만연해 온 것이다.

적절한 직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취업률 위주의 교육부의 정책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업체에 항의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사고에 재발을 막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건강하고 쾌적한 노동조건과 일하는 데 필요한 노동교육임에도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핸드북’은 현장실습생의 기본예절, 현장실습생의 의무를 강조했다.

학생 신분이지만 근로자인 현장실습생의 문제에 대해 교육부와 노동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실습생은 일손 부족을 보충해주는 말 잘 듣는 저임금 파견 인력이 아니다. 현장실습도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인식해야 하며 교육의 의미를 살리는 현장실습으로 운영해야 한다.

제2의 홍 양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기업 그리고 정치권은 올바른 직업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김광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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