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전북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악화일로 전북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 완주=정재근 기자
  • 승인 2017.03.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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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제 Restart 캠페인 <1>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도크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면서 군산지역뿐만 아니라 전북경제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쳐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한국 GM 군산공장의 성장 정체 등 전북 대표기업들의 지지부진까지 겹치면서 전북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그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총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최근 한국경제가 침체국면에 놓인 가운데 전북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역사회의 큰 기대를 모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도크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고, 80여 개에 달하던 협력사 중 40개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한국 GM 군산공장도 성장 정체와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름시름 곯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1995년 설립 이래 23년째 6만대 생산벽을 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연산 30만 대 규모로 힘차게 출발했던 한국 GM 군산공장은 지난 2011년 26만8천대로 생산 정점을 찍은 후 2014~2015년에는 각각 8만1천대와 8만5천대로 약 70%나 생산이 급감했다.

이 같은 전북 대표기업들의 성장 정체와 쇠락은 ‘무역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나날이 치열해지는 세계시장 경쟁과 사상 유례없는 국내외 경기불황에 영향받은 바 크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고 말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던 지난 23년간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승용차 부문을 중심으로 생산 규모를 몇 배를 키우며 세계 5위권 자동차메이커로 급성장했다. 군산공장이 최저 생산량을 기록한 지난 2014년 모기업인 GM 역시 사상 최대인 992만 대를 생산·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전북 지역에 몸담은 기업들만 이렇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타 지역에 비해 유난히 심한 유연한 생산시스템 부족이 그 첫번째 원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버스, 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경우 제품 특성상 시장과 고객 요구에 맞춰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수적인데, 근로조건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노조를 설득하다 보면 매번 타이밍을 놓쳐오고 있다. 그 결과 많은 고객이 기다림에 지쳐 수입 대형트럭 등으로 갈아탔고, 평균 5~6개월씩 주문이 밀린 시내버스 등의 다른 차종들도 수입차 진출이 본격화되면 어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GM 군산공장 역시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30개국 26개 GM 공장 중 5개밖에 안 되는 ‘고비용 공장’으로 편입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GM의 전 세계 생산·판매량은 증가한 반면 군산공장은 70% 감소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고비용 생산구조와 강성 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가 탄력적으로 협상에 나서 일단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전북인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도 전북 경제를 멍들게 하는 주요한 한 원인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한쪽에서는 지극정성을 다해 기업들을 ‘모셔오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게 그 증거다. 지난해만 해도 익산 지역에 2천억원 이상을 들여 대규모 공장을 지으려던 모 기업이 특혜 시비에 휘말려 투자계획을 철회하기 직전까지 갔었고, 새만금에 대규모 스마트팜을 지으려던 LG는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투자계획을 접었다.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전북에 조선업 시대를 열었던 현대중공업은 경영난으로 군산조선소 도크 가동을 잠정 중단하려다가 투자유치금 200억원을 먹고 도망친다는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여타 기업들도 ‘이 지역 젊은이들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너희가 지역사회에 해준 게 뭐가 있느냐’라는 반기업적 정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경제가 살아나려면 우선 지역 기업들을 살려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강성노조와 고비용 구조 등으로 꽉 막힌 숨통을 터주고, 친기업적 토양 위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일단 영양제를 제공해야 한다. 닭 한 마리에서 고기와 달걀을 얻는 작은 일조차 많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법인데, 전북 경제를 살 찌울 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일이라면 그보다 몇천, 몇만 배 더 큰 수고로움이라도 결코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완주=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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