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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이유, 탄핵
청와대=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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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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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어에 아가톤(agathon)이 있다. 아니 있다고 한다. 선(善)이다. 선은 다른 말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에 속하기도 한다. ‘착하지 않은 많은’ 사람이 들으면 ‘궁극적 목적’이란 말이 억지스럽고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선’이 닿아 있는 궁극을 생각하면 억지스럽다 여길 것도 아니다.

 또한 선(아가톤)이 ‘득이 된다’는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안다면, 누구든 선을 가치적 측면에서 접근해봄직 하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에 이르는 과정과 결과를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아가톤은 무엇일까. 누구나 인식하듯 ‘전지전능’ 권력자에서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며 행한 선은 ‘착함’이란 본래의 뜻대로 ‘좋게 여길 수 있는’ 것들이었는가. 최순실 씨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사익 추구 조력, 미르·K스포츠 설립 지시와 대기업 출연 및 지원 요구, 국민 신임 배반 등이 말이다.

 헌재는 이에 대해 개인 이익을 위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봤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까지 침해했다고 했다.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을 유출한 것은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만한 인물로 볼 수 없다는 참혹한 평가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숨기는가 하면 의혹 제기 자체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특히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가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헌재는 중시했다. 언행으로 볼 때 헌법수호 의지를 엿볼 수 없다고 했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도 했다. 이는 헌법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본 것이다. 결국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에 이른다.

 박 전 대통령의 선(아가톤)은 ‘득이 된다’는 의미로만 행해졌다. 선이라는 도덕적 의미보다는 득실이라는 실용적 의미로만 해석했다. 공무원을 강박하고 헌법과 법률의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사익을 챙겼는가 하면 불통을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삼은 것은 모두 본인과 특정인에는 (일정기간)득이 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 하나의 ‘곱고 어진 사람이나 마음’을 뜻하는 선의 본래 뜻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민정신도 통합의 정신도 발견할 수 없다.

 촛불이 끝까지 타올랐던 것은 촛불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촛불 정신으로도 대변되는 새 세상과 적폐 청산. 이 외침을 외면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꾸짖어 웅변했다. 그러나 촛불든 사람들에게 여전히 “빨갱이들이다”라거나 전경들에게(사실은 탄핵 찬성자 모두에게) 다짜고짜 “전교조 교육을 받은 너희가 문제야”라고 나무라는, 헌재 앞 현장에서 직면했던 원시적 집단주의를 떠올린다. 지금대로라면 오른쪽으로 갈 경우 왼쪽과는 영영 멀어지는 직선형 행위에 말리고 만다. 오른쪽으로, 혹은 반대편으로 돌아도 다시 다른 편과 만나게 될 원(○)형 행위를 살필 때다.

 갈가리 찢긴 민심과 국론, 가짜뉴스가 진짜뉴스 만큼이나 솔깃하게 하는 어지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의 마땅한 이유를 인정하고 통합의 마땅한 이유를 찾는 각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선과정에서는 통합을 위해 어느 지도자가 더 적합한지를 가려내야 한다.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이 네 동강, 여섯 동강 나려한다.

 소인섭부장<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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