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오는 날
봄 눈 오는 날
  • 박성욱
  • 승인 2017.03.0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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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눈싸움 해요!

어제 까지 따스했던 봄 햇살이 도망갔다. 쉽게 물러갈 수 없다던 꽃샘추위가 눈보라를 몰고 다시 등장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따뜻한 실내를 찾아서 도망간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르다. 추워도 더워도 별 문제 없다. 일단 노는 것이 좋다. 따스한 햇살에 사람들도 땅 위에 생명들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것을 시샘해서 무섭게 등장했던 꽃샘추위도 우리 아이들을 이길 순 없다. 여기에 아이들이 너무 너무 좋아하는 장난감 눈이 왔다. 가만히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아침에 소복 소복 쌓였던 눈이 아침 햇빛을 받고 조금씩 녹고 있었다.

“선생님 우리 눈싸움 해요?”

“그래. 좋아!”

후다다닥 발에 불이 났다. 눈 놀이 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 성향이 나온다. 어떤 친구는 눈싸움, 어떤 친구는 눈 사람 만들기. 친구들 끼리 하는 눈싸움도 재미있지만 선생님과 함께하는 눈싸움을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커다란 과녁, 공동의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로 눈치를 본다.‘선생님한테 던질까? 아니야 내가 던지면 선생님이 더 큰 눈뭉치를 던질 거야.’ 얼마 간 탐색전이 계속된다. 갑자기 뒤에서 눈뭉치가 날아온다. 누가 던졌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도망가는 녀석이다. 스모킹 건(?)을 찾은 것이다. 선공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생님을 공격한다. 선생님은 한 녀석만 막 몰고 다닌다. 그런데 이 녀석 요리 저리 잘 도 피해 다닌다. 뒤에서 옆에서 날라오는 눈뭉치를 맞고 달리고 또 달린다. 첫 시구를 한 녀석을 잡아서 잘 뭉쳐진 눈을 목 뒤 등 속으로 잘 밀어 놓는다. ‘참 시원할 것이다. 크하하!’ 이제는 선생님이 도망자다. 아! 그러나 이를 어쩐다. 아이들 체력을 당해 낼 수가 없다. 커다란 목표물은 계속되는 공격에 쓰러진다.

“애들아! 그만. 잠시 쉬었다가 하자!”

추위는 물러가고 더운 숨을 헉헉 쉰다. 아이들은 더위서 점퍼를 벗어 던진다.

노란 꽃이 피었어요.

눈싸움 하면서 여기저기 도망다니다 한 녀석이 말했다.

“노란 꽃이 피었어요!”

“응 복수초라는 꽃이야.”

작년 정성껏 가꾸었던 화단에 올 해 들어서 제일 먼저 복수초가 꽃을 피웠다. 아침에 하얀 눈 속에 가려졌다가 봄 햇살에 눈이 녹으면서 노란 얼굴을 보여 주었다.

“야! 참 신기하다.”

“나도 좀 보자. 나도…….”

여기 저기 노랗게 피어 있는 복수초. 한 군데에 모아서 심지 않고 흩어서 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게 여러 친구들이 함께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 학교 화단은 사시사철 꽃이 핀다. 작년에 아이들과 풀을 뽑아주고 길을 놓았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꽃 들이 얼마나 예쁘게 필어날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노란 복수초도 아름답지만 살짝 붉게 달아오른 아이들 볼도 예쁘다.

봄 눈 녹듯이 녹는다.

실컷 놀고 공부하러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이미 마음이 둥실 둥실 떠나녀서 책을 펴고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기는 예초에 끝났다. 커다란 전지를 바닥에 펴 놓았다. 선물을 주고 싶은 친구를 추천 받아 바닥에 눕게 했다. 머리부터 발 끝 까지 크레파스로 본을 뜬다. 그리고 다함께 친구 모습을 그린다. 종이가 커서 여러 친구들이 함께 그려도 공간은 충분하다. 친구가 좋아하는 딸기, 경주용 차, 드론 등을 몽땅 그려준다. 모델이 되었던 친구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흘러 나온다. 잠시 창 밖을 보았다. 이런 운동장에 쌓여있던 눈이 거짓말처럼 싹 다 녹았다. 그래서 ‘봄 눈 녹듯이 녹는다.’ 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신나게 놀 생각을 했던 아이들은 풀이 죽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 날 아이들이 아니다. 건물 뒤 응달에 아직 눈이 있다. 조금 조금 모아서 굴려서 눈 사람을 만든다. 개나리 가지 꺾어서 눈, 코, 입을 만들고 두툼한 나뭇가지 주워서 팔도 만든다. 감각이 있는 친구 한 명이 자기가 낀 장갑 두 짝을 끼어준다.

봄 눈은 따스한 햇살에 봄 눈 녹듯이 녹지만 아이들 씽씽 에너지에도 사르르 녹는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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