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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초연성으로 승화되는 시의 진경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30.김기찬(金基燦:1960-)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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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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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출생. 1994년 <<자유문학>>지에 <채탄부>외 4편으로 등단. 시집 《채탄부》, 《피조개, 달을 물다》, 《바닷책》 등을 발간하면서 전북시인상, <신석정촛불문학상>을 수상함. 한국문협 부안 지부장과 전북시인협회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미당문학》 편집장을 맡으며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시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과 소외와 단절의 상처에서 점차 초월적 사유의 세계로 시상을 확산시켜 새로운 세상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나는 억만년 어둠 속 침묵을 캐는 탄부다

지하 수천 미터 낮과 밤이 가늠되지 않는 첩첩한 어둠

숨쉬는 중생대 그 혼미 속에/.../

나는 곡괭이를 치켜 올려 불꽃 튀는 심장

힘껏 내리찍어 일으켜 세운다/.../

지하에 버려진 천형의 짐승

나는 지상을 버릴 수 없는 빈곤과 희망의 노예다

-<채탄부> 일부, 1994


한때 강원도 탄광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시로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김기찬 시의 출발은 그래서인지 사뭇 비장하고 뜨겁다. 그날의 기억을 그는 서슴없이 ‘지하에 버려진 천형의 짐승’이라 명명하면서 ‘시뻘겋게 이글거리는 불의 언어’로 ‘진달래 피고/ 개나리꽃 피는 이 봄날/.../나비가 되지 못해/ 꿀벌이 되지 못해/ 쫙 찢어버리고 싶은 이 봄날’(<봄날>)이라고 그날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술회하고 있다. 초기 그의 시는 이처럼 밀리고 억눌린 소외와 좌절의 비극적 정조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피조개가 희디 흰 달의 목덜미를 물었다



어떤 격렬한 폭풍에도 꿈쩍 않던 달이 소스라치게 놀라

뿌리에 매달린 섬이며 폐선이며 갈매기며 등대가

시퍼렇게 출렁인다 목숨줄을 물고 허공 위로 끄응 달을

끌어 올렸다 내려놓는다 덩달아 썰물이 밀려갔다 밀쳐온다

그 등살에 수 만년 동안 고래가 뛰어 넘지 못한

둥근 수평선이 모질게도 팽팽하다



저 푸르딩딩한 알몸뚱이 뻘뻘 진저리치는 밭



아가리 가득 생피다

-<피조개, 달을 물다> 전문, 2009


시공을 초월하여 천지가 하나로 조응되어 있다. 바다와 달, 뻘과 피조개, 그뿐이랴. 섬과 갈매기, 폐선과 등대가 모두 하나로 상관 되어 천지가 상응, 하나의 유기체로 꿈틀거리고 있다. 물활론적 사고다. ‘시는 캄캄한 세상의 흰 지팡이였다’고 술회한 그의 말마따나 그는 이제 직관적 상상과 통찰력으로 이전의 격렬성에서 벗어나 우주적 자연 질서와의 하모니를 시도하고 있다.


울지 않는 생은 없다고, 마침내 그가 운다

띄-엄 띄-엄 반벙어리 첫 울음을 울다가, 갑자기 온몸에 쥐가 났는지 쥐어짜듯 막 악을 써댄다



누가 이 삼복염천 한낮에 저리 쇠사슬을 끄는가


아스팔트길이 패이도록 쇠사슬을 끌며 저 깊디깊은 허공 속 울음을 퍼내고 또 퍼내는가/.../ 생의 울음 바닥을 갈아엎느라, 숨찬 그가 또 운다

-<선퇴蟬退> 일부


여름 한낮 ‘매미의 울음소리’를 ‘쇠사슬 끄는 소리’에 비유한 발상도 절창이려니와 근자에 들어 그의 시상이 점차 차분하게 내면화 되어 고요히 회상된 정서(기억)로 승화, 이전의 분열과 소외를 ‘갈아엎으며’ 새로운 재생의 공간을 확보해 가고 있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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