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명을 지켜주는 비상구
나의 생명을 지켜주는 비상구
  • 김상경
  • 승인 2017.03.06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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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구라 하면, 건물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피용으로 설치한 출구를 말한다.

이러한 비상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건물에 가면 쉽게 또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린 얼마나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걸까.

추측컨대 비상구의 중요한 가치를 알게 된 사람은 불행하게도 이미 이승에서 인연이 다한 사람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하면 비상구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은 이미 안전과 목숨을 담보로 할 수 밖에 없는 늦은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흔하게 존재하고 쉽게 마주치는 비상구임에도 불구하고 비상구의 존재용도를 알지 못하고 활용치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더욱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화재발생 장소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경우, 그 원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이 대다수다.

일반사람들은 화재발생 시 뜨거운 화염에 의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소방관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연기이다. 연기는 사람들의 시야뿐만 아니라 호흡에도 영향을 주므로 이들 사망자는 출입구 쪽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비상구를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평소 이용하는 출입구로 몰리기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건물의 내장재 및 피복류의 화학적 특성으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일반인들도 이제는 뉴스를 통해 샌드위치 패널의 위험성도 많이 접했을 것이다. 우리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보게 되어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비상구라 함은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건물 내에서 안전한 대피장소로 나갈 수 있는 모든 출구를 말하기 때문에 평소 이용하는 출입문도 비상구에 포함될 수 있다.

독자 여러분도 현재 위치에서 비상시 대피할 만한 문이 어디에 있는가 한번 살펴보자.

그런데 왜 사망자들은 유독 출입구에 몰려서 발견되는 것일까?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평상시보다 흥분하기 때문에 상황 적응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무의식중에 평상시 사용하는 출입구나 통로를 이용하려 하고, 공포감으로 인해 빛을 따라 외부로 달아나려 하며, 발화의 반대방향을 쫓거나, 화재 시 최초로 행동을 개시한 사람을 따라 전체가 움직이는 등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비상구를 숙지하지 않고 평소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화재현장에는 유독한 연기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요즘 건물에는 고급 합성수지와 가죽들이 사무기구와 가구를 감싸며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는데, 이들이 화재 시 발생시키는 연기는 유독가스를 포함하고 있어서 단 한숨을 들이켜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소방서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기 속 대피교육을 실시할 때면, 상승하는 연기를 피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은 후 화재현장에서 탈출하는 교육을 시킨다.

고층건물에서는 절대로 엘리베이터(승강기)로 이동하면 안 되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계단을 통해 탈출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엔 옥상으로 탈출해야 한다.

필자는 수십 년간(34년) 화재현장을 겪으며 화마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연스레 몸에 밴 습관이 있다.

항상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우선 비상구가 어디인지를 살펴보고 주위에 활용할 만 한 소화설비의 위치를 확인하고, 내가 있는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취할 행동을 생각해둔다.

화재현장은 엄청난 공포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항상 연습하며 준비를 해도 부족하다.

그 공포감이 궁금하다면 익숙한 생활공간인 가정에서 최대한 어둡게 만든 상태로 눈을 가린 채 들숨을 참고 안전한 장소까지 탈출하는 실험을 해보기 바란다.

아마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공포감이 밀려올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현재 여러분 주위에 있는 비상구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한 번 살펴보자. 이제는 비상구란 글자가 낯설지 않게 여러분의 생명을 지켜주는 단어로 느껴질 것이다.

김상경<군산소방서 대야119안전센터장·소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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