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를
농촌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를
  • 강태호
  • 승인 2017.03.0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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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력으로 2월 8일인 어제는 땅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던 벌레나 개구리 등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이었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중 2월령을 보면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는구나, 맷 비둘기 우는 소리 나니 버들 빛이 새로워라,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하여 보자’ 라는 가사가 있다.

가사내용을 보면 경칩이 속한 2월은 개구리들이 번식기인 봄을 맞아 논물이 괸 곳에 알을 낳고 만물이 생동하여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영농 준비 시기이다. 우리농협은 ‘농가소득 연 5,000만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 왔다. 특히 농자재 가격을 인하하여 2015년보다 화학비료 값은 1,170억원, 농약 값은 100억원, 시설자재와 농기계 값은 각각 25억원씩 농가 영농비를 절감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농업인과 임직원 교육, 영농자재 구비, 농기계 무상 수리, 영농지원반 발대식 등을 통해 본격적인 영농준비를 하였다.

이런 우리의 준비에도 여전히 농촌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1980년대 200만호가 넘던 농가 수는 2000년 138만호 급기야 2016년에는 107만호로 전망되고 있다. 불과 30여년 새 반절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농가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00년 33%였던 것이 2015년에는 53%로 크게 늘어 2명 중 1명이 환갑을 훌쩍 넘은 어르신들이다. 농촌에서는 환갑이면 아직 청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농촌의 구조적 변화는 농업노동력 확보 문제를 야기한다. 농촌에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이 없다. 이는 개별농가 또는 지역사회를 넘어 농업 생산력 유지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그나마 다행히도 행정, 기업,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농촌 일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인력을 알선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우리 농협이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운동을 통해 명예이장으로 활동하며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농촌과 함께 나누며 도농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우리 농협은 인력중개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하여 유·무상의 인력을 각 시군지부의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연간 5만 명을 공급하여 농촌일손부족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법무부와 함께 사회봉사대상자 4,500명을 영농철에 집중 투입하여 농촌일손 돕기, 특기·재능봉사를 실시 할 예정이며 범 농협 차원에서 임직원 농촌 일손 돕기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근로자 고용 대행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전라북도와 협력하여 사고·질병농가에는 영농 도우미를, 농촌의 고령·취약농가 등 농촌거주 취약 계층에는 행복 나눔이 등 수요자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인력지원을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각 계의 노력에도, 농촌의 인력공급은 계절적 수요를 맞추지 못해 늘 불안정하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어 인력수급이 더욱 더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족 인력은 소규모 민간 인력시장을 통해 공급받고 있으나, 과도한 알선수수료로 인한 부담과 작업 시 발생하는 상해에 대한 보장대책이 없어 농촌인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우선 온 국민이 바쁜 영농철에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농촌 일손을 덜어 주길 희망한다.

본격적인 새 학기 철이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은 대학생들 위주로 방학 동안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기 중에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여행 및 체험학습과 병행한 다양한 농촌 봉사활동 형태로 이루어져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바깥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가까운 주말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마을이나 인근 농촌마을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농촌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바쁜 일손도 덜어주시기를 학부모님들께도 부탁한다.

농촌 일손을 거들고 난 뒤의 농주 한 사발이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과 땀의 가치를 온몸으로 전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농촌에서 함께할 때 겨우내 얼어 있던 농업인의 마음에 따뜻한 봄바람을 가져다줄 것이다.

강태호<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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