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전주 한옥마을 문화시설
문 닫은 전주 한옥마을 문화시설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3.0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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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일부 공공 문화시설들의 동면기가 길어져, 시민과 관광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김영호 기자)

 전주 한옥마을 일부 공공 문화시설들의 동면기가 길어져, 시민과 관광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민간위탁 수탁자가 바뀐 한옥마을 문화시설은 6곳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아직까지 내부 공사가 한창이거나 운용 인력이 없어 문을 닫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나들이철 봄이 코 앞으로 다가와 방문객 맞이로 분주해야 할 한옥마을 문화시설들이 저마다 문을 닫고 있으니, 봄은 왔어도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지적 마저 나온다.

 특히, 시설을 찾는 방문객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잦아 관광 1번지로 평가되는 전주의 이미지 마저도 손상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오후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공예품전시관.

 불과 이틀 전만 하더라도 '전주 핸드메이드시티 위크'시범 행사로 떠들썩하더니 그게 언제라는 듯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다.

 이따금 전시관 안팎에는 행사 당시 설치한 물품들을 철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도 한 켠에는 정체 모를 철골 구조물과 석재 등이 널부러져 있어 보행을 방해했다.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전시관 건물에는 '한옥 지붕에서 흙이나 기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섬뜩한 문구도 볼 수 있었다.

 올해부터 전주시의 직영으로 새 단장을 하게 될 공예품전시관은 핸드메이드시티 위크 시범 행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걸어 잠궜다.

 시에서는 오는 10일 이후에야 공예품전시관의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고 나서, 입찰을 거쳐 5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 공간 배치 등 내부 공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두 달 내지 석 달 가량은 공예품전시관이 제구실을 못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마찬가지로 시가 직영으로 전환한 전주한옥생활체험관도 문을 닫고 있어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돌려 보내고 있다.

 애당초 한옥숙박 및 전통체험을 하던 이 곳을 시가 주도하는 (가칭) 명품 김치 체험 판매관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때문이다.

 명품 김치 산업화 5개년 사업의 하나로 국비 30억원과 전주시, 부안군 등이 지방비 38억원을 들여 전주 김치와 부안 곰소 젓갈을 대내·외에 알리겠단 계획인 것.

 시는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이어서 공예품전시관과 달리 별다른 리모델링을 할 것이 없어, 사무국 인력이 완비되는 대로 8일부터는 문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체험 프로그램의 완비 등 애초 취지에 맞는 홍보관 운영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려 문제점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이는 비단 전주시가 직영으로 전환한 한옥마을 문화시설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월 새롭게 수탁자가 바뀐 청명헌도 객실 리모델링 이후 4월 1일부터 숙박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전주전통술박물관도 해가 바뀌고 두 달이나 지났지만 공간을 정비 중인 상황이다.

 이미 두 차례나 유찰된 공예공방촌 1단지는 시에서 지난 3일 재공고를 통해 민간위탁 수탁자를 선정할 방침이어서 정상 운영에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그야말로 절기상으로 입춘이 지났어도 지각변동이 일어난 한옥마을 문화시설은 방문객이 찾기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3년 마다 반복되는 수탁 전쟁으로 말미암아 이미 예견된 사태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문화예술인들은 "한옥마을에 문화시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시의 행정은 개별적인 민간위탁 관리에만 의지한 측면이 있다"면서, "문을 닫고 있는 문화시설들도 방문객이 뜸한 겨울에 진작 공사를 마쳤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수리를 하더라도 무작정 문만 닫을 게 아니라 일부분이라도 개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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