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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믿음과 정치적 견해
김현수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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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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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여러 역사적, 문화적 기록에는 믿음 또는 신념이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종교 경전에서는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기독교의 성서에도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차례 나온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다 큰 풍랑을 만나 겁먹은 제자들이 예수를 깨웠다가 믿음의 부족을 책망받은 일이나, 예수의 부활을 전하는 동료들을 믿지 못하고 ‘주님의 못 박힌 손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창에 찔린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고서야 그분의 부활을 믿겠노라’고 말한 도마의 경우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종교적 믿음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우주만물을 창조한 신의 아들이 함께하는데 물에 빠져 죽을까봐 걱정하는 제자들이나, 3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수많은 이적과 말씀을 통해 자신이 신의 아들임을 보였던 스승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도마가 좋게 생각되지 않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열두 제자들이 함께했던 이가 예수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들의 걱정과 의심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 된다. 한 사람의 힘으로 거대한 자연의 분노를 이길 수 없고, 평범한 인간이 부활했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인해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는 초유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초기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러 사실에 대해 집중되었던 온 국민의 관심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된 이후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의 여부로 이동하였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 국민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서 이번 상황이 갈무리되고, 이후에는 국가사회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또 기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에 대한 선고가 이루어진 이후에 과연 그 선고가 받아들여질 것인지, 후폭풍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법으로 규정된 절차에 의해 국가의 최고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선고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외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상황에 대해 침묵하며 국가가 안정되기만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걱정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로 하여금 탄핵선고 이후의 상황을 걱정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지하는 대상에 대해 종교적이라고 할 정도로 맹목적 믿음을 가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커뮤니티는 진보와 보수의 두 진영으로 나누어져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각 진영에 속한 이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불신과 미움을 키워왔고, 자신의 진영에 대해서는 맹목적 신뢰와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견해를 같이하는 이들을 신뢰하고 믿는 것은 단순한 자연스러움을 넘어 건전한 일일 수 있다. 그 믿음이 합리적일 때에 한해서 말이다. 합리적 믿음의 출발점은 내가 믿고 지지하는 대상이 예수와 같은 완전한 존재가 아님을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나 집단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행동과 정책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객관적이고 실체적으로 검증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자신의 믿음이 지시하는 건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외침은 진영을 불문하고 믿음과 신념이 가득한 걸 느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외침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의 파악과 검증을 거친 후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탄핵의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 모두가 이를 수용해야 하며, 이는 국가의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판결결과가 자신이 뜻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 쪽에서는 그 이후 상황에 맞게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각 진영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고 성숙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믿고자 하는 사실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넘어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이 필요한 것은 비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나가야 한다. 수없이 많은 가짜뉴스와 루머가 범람하는 지금, 이러한 노력이 국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상황의 종결이 아닌 새로운 혼란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결과에 관계없이 국가적으로 큰 상처가 되겠지만, 단순히 흉터로만 남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정치,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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