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간의 품격
도심 공간의 품격
  • 박종완
  • 승인 2017.02.28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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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를 지나 경칩이 다가오면서 모든 것이 새로운 준비를 하듯 기지개를 켜며 각자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겨울의 흔적을 하나둘씩 지워가며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가로수’는 길가나 차도를 따라 줄지어 심어 놓은 나무를 말한다.

가로수는 보행자 및 운전자에게 쾌적함과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고, 먼지나 바람, 더위를 낮추며, 유해가스를 흡수하여 공기정화에 한몫을 한다.

싱그럽게 우거진 가로수길을 걷노라면 상쾌함과 더불어 센티한 마음이 들곤 하는데 한 번쯤 사랑 고백도 하고 그리운 이에게 속 깊은 얘기도 했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가로수는 항상 우리 곁에서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저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대하는데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야겠다.

도심 가로수를 찬찬히 살펴보면 긁히고, 박히고, 묶이는 수난의 연속이다.

현수막에 연결된 질긴 노끈은 가로수를 칭칭 감고 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노끈이 나무를 흔들며 옥죄고 있고 일부 가로수엔 어찌나 단단히 그리 오랫동안 묶어 두었던지 굵은 철사가 껍질 속을 우악스럽게 파고들어간 흔적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빗자루를 걸어두기 위해 또는 전선을 고정하기 위해 서슴없이 대못을 박은 가로수를 보노라면 생명이라기보다는 쓸모있는 걸개용 구조물인듯하여 씁쓸한 마음이다.

도심 상가 밀집지역에선 울창하고 보기 좋은 가로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기 일쑤다.

구청에 전화해서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고 가지치기를 요구하는 경우와 일부에선 원인 모를 고사목이 발생하여 재식재하는 수난의 연속이다.

전자에 열거한 내용들이 다 이유가 있고 경우에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집안 거실에 이름 모를 화분과 식탁 위에 안개꽃과 장미꽃이 어우러진 화병이 놓여있다면 집안에 자연을 들이는 격으로 마음은 상쾌해지고 사랑이 넘쳐날 것이다.

도심 가로수도 크게 보면 우리들의 거실과 앞마당일 것이다. 길가에 가로수가 없고 전봇대와 간판만 보인다면 아마 삭막해서 못살 것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가로수 한 그루가 주변 온도보다 2℃를 낮춘다고 하는데 일부에선 건축물 준공과 함께 조성된 조경시설물을 주차장이 부족하단 핑계로 전용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도심지 개발로 열섬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개발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면 녹화를 통해 줄여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옥상녹화나 벽면녹화인 넝쿨식물 가꾸기가 열섬현상을 줄이는데 한몫할 것인데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가로수는 도시의 정체와 품격을 규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지역도 많은 노력을 통해 도심 녹지공간조성을 위해 체계적인 시공 및 관리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고 있다.

전주역 앞 도로가 생태문화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전주다운 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한 잘 조성된 곳곳의 녹지공간과 시설물들을 이용하는데 성숙한 시민의 예의와 권리를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옥마을엔 풍패지향(豊沛之鄕)에 걸맞은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와 같은 조형화된 녹지공간의 포토존을 조성해 방문객들의 체험을 통해 전주와 한옥마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바람도 가져본다.

도심에 모든 형상들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 것이다.

조금의 양보와 미덕을 갖고 조화로움 속에 영글어 간다면 보다 나은 거리가 될 것이고 행복과 품격이 넘치는 도심공간이 될 것이다.

다가올 봄엔 공간을 숨쉬게 하는 초록의 힘을 만끽하며 어려운 현실을 극복했으면 한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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