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삼촌(四都三村) 고향이야기①
사도삼촌(四都三村) 고향이야기①
  • 소성모
  • 승인 2017.02.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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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태어난 곳을 고향(故鄕)이라고 한다. 고향은 나의 과거가 있는 곳으며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정이 깃든 곳으로 시·공간이 공존하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태어난 곳을 말한다. 그래서 고향은 그립고, 언젠가는 돌아갈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지막 정착지가 아닐까?

지난해 우리나라로 귀순한 전 북한외교부의 태영호 공사도 남쪽 사람들의 설날 귀성행렬을 보고 놀랐듯이 우리 민족만큼 고향(故鄕)에 대한 애착과 귀향본능이 깊은 민족은 드물 것이다.

보통 우리 마음의 고향은 어머님 품속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머님 뱃속에서 태어난 것을 생각하면, 그곳이 생물학적 고향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향은 어머님 같은 것이고 타향살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이다. 어머님을 바꿀 수 없듯이 고향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숙명적인 ‘삼터’(고향의 순 우리말)라고 할까? 그래서 어떤 사람은 고향에 가야 나을 수 있는 향수병(homesickness)에도 걸리고,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실향민(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의 뜻)으로 정신적 나그네, 역사적 방랑자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역사상 가장 오랜기간을 고향을 잃고 떠돌이로 고생한 민족은 유태인이었다.

유태인들은 2,500여년 동안 나라와 고향을 잃고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떠돌다 1차 세계대전 후 밸푸어 선언(1917)에 의해 옛 근거지였던 요르단강 서안(팔레스타인 지역)에 서구 강대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그들만의 정착촌(국가의 형태는 아니었음)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로 600만에 가까운 유럽거주 유태인이 인종청소를 당하는 등 민족적 수모(인류역사상 최고의 참극)를 겪고, 겨우 2차 대전이 끝나고 벤구리온 선언(1948)에 의해 구체적인 국가체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키브츠(히브리어로 협동을 뜻함)라는 마을공동체(인위적 정착론)를 만들고, 60년 이상을 거대한 아랍 세력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다. 돌아갈 고향도 없고, 정치적 경제적 구심점도 없었던 유태인들의 역사적 고난이 반면교사(反面敎師) 이듯이 고향이 건강하게 존재하는 것이 타향살이하는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고 어깨를 세울 수 있는 자랑이다.

어쩌면 떠돌이 유목생활에 기초하던 고대 유태인들은 한 곳에서 정착하여 농사짓고 살아온 농경민족들과는 근본적으로 고향의식이 달라서 그러한 디아스포라(Diaspora)를 겪었는지도 모른다.

유목민들의 고향의식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일정한 활동영역(Boundary)에 근거한다고 한다. 그래서 농경민들의 고향(정착지)을 약탈하는 행위가 그들의 경제활동의 일부였고, 유목민과 농경민은 끊임없이 다투고 전쟁하면서 갈등관계가 지속하였다. 결과적으로 농경 정착민들은 경제활동을 지키기 위해서 만리장성, 천리장성을 쌓아 그들의 삼터인 고향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정착민 중심의 농경사회가 고향의식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서구와는 조금 다르게 동양사회의 농촌지역은 혈연중심의 마을 공동체로 발전하였고 또 20세기 산업사회 이후에 급격하게 변화해 왔다.

그러면 농업이 주였던 우리고향은 어떻게 변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사실 1차 산업 중심이었던 1960년대까지는 우리 고향 전북의 경제적·정치적 역할은 전국에서도 상위권이었고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을 주도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산업화하고 도시화한 지역은 정치·경제의 중심이 된 반면, 식량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농촌지역은 지방(시골)이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고’, ‘정들면 고향이니 타향에서 뿌리내리고’, ‘사람은 서울로 모이고’ 이러면서 농촌의 인구는 줄고, 노동력은 노쇠하고 크게 감소하며 그 경제적 역할은 작아지고, 또 작아져서 생산도 줄고, 소비도 안되는 경제적 소외지역이 되고 만 것이 내 고향 농촌의 현실이다.

이제 농촌은 변모하려고 하고 새로운 공동체로 태어나려고 하고 있다.

1차 산업이 아닌 6차 산업으로서 농업과 농업생산품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농촌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고 한다. 기존에 생산중심(1차산업)이었던 농업이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2차산업)과 관광·체험 등 서비스(3차산업)분야와 융합함으로써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생산적 복지 실현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변화하고 있다.

도시민의 생활도 사도삼촌(四都三村·4일은 도시, 3일은 농촌)형태로 변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농촌주택), 세컨드카(suv카), 세컨드잡(농업) 등, 건강한 도시민의 사도삼촌(四都三村)의 움직임이 고향 찾기, 또 하나의 고향 만들기 트렌드로 지역을 살리면서 건강한 생활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고향 전북이 가장 각광받는 세컨드세틀먼트(제2의 정착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고향 떠나면 ○고생’, ‘고향 찾으면 큰 축복’의 그날을 기다리면서….

소성모<농협은행 부행장> 

약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지원부장 ▲농협은행 스마트금융지원부장 ▲〃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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