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영원으로 통하는 우주적 영성의 세계
순간이 영원으로 통하는 우주적 영성의 세계
  • 김동수
  • 승인 2017.02.2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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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27. 김영진(金榮鎭:1952-)

 전북 익산 웅포 출생. 익산 남성고와 전북대 국문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전주상산고등학교에서 정년퇴임하였다. <<주님 찾기>>(1997) 외 3권의 시집을 발간하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자연과 인간과 하늘이 하나가 되는 절대 순수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석정문학회. 두리문학 부회장과 미당문학회 감사를 맡고 있다.

주말 뜸하게 어머니를 찾으면
가슴이 찡하고 먹먹할 때가 있습니다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
얼굴에는 쪼글쪼글 검버섯이 피고
손은 까실까실 다박손이 되어 갑니다

[...]

어머니는
나의 삶입니다
그리하여 나의 인생이 되었고

어머니는
나의 신앙입니다
그리하여 나의 종교가 되었고

[...]

그리하여 영혼의 마지막 고향
내가 머무를 곳입니다

ㅡ<어머니>에서, 1997

김영진의 시는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어머니는 /나의 삶이’요, ‘신앙이’요, ‘종교’이며, 내 ‘영혼의 마지막 고향’이라는 선언이 그것이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어찌 답답해지고/ 아린 가슴 문질러/ 앞산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생가슴 문질러>)도 그것이다. 어머니는 그만큼 그의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과 안타까움, 곧 그의 시의 원형질에 다름 아니다.

봄비를 맞고 어머니가 일구어 가꾼 채전밭에

상추 아욱 쑥갓이 탐스럽게 자랍니다

풋마늘 파 고추 양념거리며

논두렁에 심은 밤콩, 밭둑에 심은 돔보

넝쿨로 뻗는 강낭콩 오이까지

하늘의 푸르름 받아 잘 자랍니다.

[...] 팔순이신 이 아침에도

절룩절룩 아픈 몸을 이끌고

체전밭에 서 계십니다.

-< 채전밭>에서.2000

‘봄비’와 ‘채전밭’과 ‘어머니’가 하나로 합일 되어 물화지경(物化之境)의 낙원을 이루고 있다. ‘봄비-상추 아욱 쑥갓- 풋마늘 파 고추- 밤콩, 돔보-강남콩 오이- 하늘- 어머니’로 그의 시상이 끊임없이 변전해 가면서 생성해 가는 유기체적 우주관으로 그의 시는 평화롭고 넉넉한 삶의 진경을 열어가고 있다.

‘무자위를 등에 지고 나서는 아버지/ 달빛 쏟아지는 들판 한 가운데/ 하늘과 물길이 맞닿는 곳에/ 무자위를 내려놓고/ 하늘로 물길을 튼다’(<가뭄>: 2014)에서도 극심한 가뭄속에서도 물길을 열어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하모니를 이루어 가는 동양적 일원사상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러한 동양적 천지인 합일사상은 그의 또 다른 시 <산과 나>에서도 ‘산정에 올라/ 한숨 돌리면 산은 사라지고∽내가 산이 되었는지/ 산이 내가 되었는지’ 서로 경계를 허물며 물아일체 정경교융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그의 시는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의식과 무의식을 넘어 우주 속의 또 다른 무한수의 세계로 걸ㄹ림없이 통섭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주님 찾기’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한다.

‘비록 힘들지라도/ 이마의 피 한 방울/ 영롱한 아침 이슬로/ 영원히 사는 시’(시집 <<나무들이 사는 마을>> 서문)를 추구하는 그의 절대 지향적 모습도, 현상을 초월하여 순간이 영원으로 통하는 대우주적 섭리의 세계를 꿈꾸는 영성적 수행자의 삶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김동수: 시인. <<미당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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