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준비, 전주핸드메이드시티 위크
부실한 준비, 전주핸드메이드시티 위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2.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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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핸드메이드시티 위크 2017’의 핵심 행사인 전시 프로그램이 중구난방식으로 펼쳐진데다, 슬로건인 ‘전주손길’조차 관통하지 못한 부실한 구성이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위크의 전체예산 8억여원 중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전시 프로그램은 주제전과 테마전, 위성전시 등으로 갈래를 타 10여 개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으나 각각의 전시가 그야말로 따로국밥 형태에 그쳐 통일성이 아쉬운데다 핵심 방향이 무엇인지 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는 지적인 것.

사실상 이번 행사가 전주의 수제작 분야 종사자들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인지, 시민들이 수제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축제인지, 관광객들이 전주가 수제작의 도시임을 인지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그 타깃도 불분명해 정체성 논란까지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핸드메이드를 도시의 통합브랜드로 잡고 특화시키려했던 전주시의 정책 방향에도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22일 오후 1시 ‘전주핸드메이드시티 위크’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는 메인 전시공간인 전주공예품전시관에는 드문드문 관람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개막 3일차를 맞은 이날 관람객들은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 중 ‘월드페이퍼’ 섹션에서 선보이고 있는 딥 스트라이크와 윙건담 자쿠2 등 종이로 만들어진 페이퍼 아트 작품을 관람하면서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었다. 종이로봇과 익숙한 만화 캐릭터, 멸종위기 조류 등 종이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들은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종이작품들이 전시 공간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 대규모로 선보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떠나 핸드메이드시티 전주와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슬로건인 ‘전주손길’을 가장 명확하게 짚어낸 프로그램으로는 ‘동네손(관내 공방 참여 전시)’과 ‘전주메이드: 온브랜드와 전주 장인’을 들 수 있으나 이마저도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전시의 수준은 동네 공방들의 작품 일부를 나열하는데 그쳤고, 가로수에 옷을 입히는 프로젝트는 시민이 참여했다는 것 외에 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는 비난이다.

관내 공방 40여 곳이 참여한 ‘핸드메이드시티 스팟 위성전시’의 경우, 어떠한 경로를 통해 공방을 찾아갈 수 있는지 설명이 부족했다. 각 공방들의 주소만 한데 모아놓아 알리는데 그쳐 시민과 수제작자들을 만나게 할 것이라는 당초의 의도를 살리지 못한 형편없는 수준의 기획이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이번 행사를 담아낸 얼굴인 프로그램북에 소개되고 있는 각 프로그램의 내용과 용어들이 와닿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시민들은 ‘수제정신’, ‘동네손’, ‘서포전시’, ‘메이커이야기’, ‘월드페이퍼’ 등 사실상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숙지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램명들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홍보마저 부진해 시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각종 브로셔와 홍보자료들은 개막식 당일에서야 완성돼 배포됐으며, 너무 뒤늦게 홍보를 나선 모습에 보여주기식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전주가 핸드메이드라는 주제어를 전면에 내세워 도시 이미지와 품격에도 걸맞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같은 선언을 뒷받침하기에는 너무 부실하게 전시가 구성돼 있었다”면서 “합죽선이나 한지 등 역사를 쌓아온 분들을 조명한다던지 그 역사적인 배경을 주목한 컨셉의 전시도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복수의 공예 작가는 “한옥마을에 있는 공방의 작가들의 참여를 독려하지도 않고, 큰 행사를 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정보를 다양한 통로로 공유하지도 않는 모습에서 실망스러웠고 그야말로 그들만의 행사를 치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전주핸드메이드시티 위크전시 관계자는 “전주가 핸드메이드시티로 특성화하는데 있어 어떠한 도시의 모습으로 가야할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만큼 전시의 가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면서 “종이작품이 양이 많아진 것은 한지의 고장인 전주가 종이로 대표되는 도시, 종이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업이 늦게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홍보가 늦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범사업인 만큼 전주시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으면 향후에는 (사업의 범위에 있어서) 강약이 조절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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