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를 너무도 닮은 예술인 “배난경”
전라도를 너무도 닮은 예술인 “배난경”
  • 노미경
  • 승인 2017.02.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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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말 지인 초대로 경기도 광주의 문화예술인 송년모임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광주지역의 예술인들이 많이 참석해 재미있게 공연들을 보고 있는데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예술인이 있었다. 전주에서 오신 배난경(본명: 윤정숙)이라는 설장구를 하시는 분인데 설장구 뿐만 아니라 판소리, 민요 등 못하는 게 없는 듯 했다. 마이크를 잡고 구성지게 소리를 하다가,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설장구소리를 들려주다가, 다시 민요를 부르면서 정말 혼자 몇 시간은 얼마든지 관객들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명인을 보게 되었다. 그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잠깐 쉬는 틈에 대화를 하면서 술 한잔 하게 되었다. 술 한잔을 하시면서 얘기를 듣는데 전라도 사투리에 가끔씩 섞여 나오는 육두문자도 쓰면서 구성지게 말을 하는데 정말 전라도스러운 예술인이었다. 전라도를 너무도 닮은... 

 배난경 선생님께서는 그날 송년모임을 주관하신 광주의 한국경기소리보존회 이명희 지부장님께서 특별히 초대를 하셔서 오신거란다. 이명희 선생님께서도 배난경 선생님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자리를 빛내달라고 특별히 요청을 하셨다고한다. 그날 참석하신 분들에게 단연 배난경 선생님은 최고의 인기인이었다.

배선생님에 대해 많은 호기심에 그날 선생님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다른 예술인들과 마찬가지로 배선생님도 예술활동을 하면서 많은 굴곡을 겪으신 분이었다. 어쩌면 국악외길의 힘든 생활들이 배선생님의 예술의 마디 마디를 채워주면서 恨의 소리와 몸짓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12살 어린나이에 당대 명고 명창이신 김동준 선생님의 눈에 띄어 북장단과 소리를 배우기 시작하다가, 또 얼마쯤 있다 당대 최고의 설장고 명인이신 이정범 선생님에게 발탁되어 설장구를 배우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1966년 십대의 어린나이에 전주 여성농악단의 최연소 장구치배로 선발되어 농악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후로 배선생님은 이정범 명인이 펼치던 서울, 부산, 정읍, 전주 등 각지역의 공연에 함께 참여를 하고, 때론 농악의 장구 치배로, 설장구 공연자로 섬세한 가락을 선보여왔다. 중간중간에 삶의 애환을 많이 겪으면서도 예술의 끈은 놓지못하고 지금까지 50여년이상을 설장구, 민요, 춤, 판소리등 많은 재주를 가진 예술인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난 이런 분이 당연히 전통예술인으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떤 문화재 또는 보존회 등 전통예술을 하는 명인들이 갖을 수 있는 명함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자기의 재능을 전수해줄 공간도 없다는 것이다. 그걸 들으면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런 분이 갖고 있는 재능이 아무런 전수도 없이 사라졌을 때의 손실감, 안타까움... 옛날로 말하면 이런 분은 마당(판)에서 많은 사람을 웃고 울리는 종합예술인 같은 분이다. 앞에 말했듯이 이분의 입과 손에서는 계속해서 관객을 감동시키는 예술이 쏟아져 나오는 분이다. 이분의 재능을 보신 분들은 아마 내 얘기에 고개를 끄덕일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세계여행가로 150개국 이상을 여행한 지구를 세바퀴 반 돈 여행작가 이다보니 각나라의 여행지마다 그 나라의 독특한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특히 전통을 유지하려고 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인해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고 그 나라의 혼과 얼이 살아 있는 음악이 구전되어 이어져 내려온다.

우리민족의 얼과 혼이 살아있는 전통 음악이 배난경 선생님 같은 무명 예술가 들을 통해 잘 보존되길 바라며, 배난경 선생님처럼 이런 예술인들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서 관심과 지원과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통을 잘 유지 하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문화를 후세에게 이해시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우리의 한류문화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의 재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지역에 계신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여행작가 노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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