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의 지혜를 주소서
과유불급의 지혜를 주소서
  • 장선일
  • 승인 2017.02.1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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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성현(聖賢)들의 말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작금에 벌어지는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가장 마음에 다가오는 말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일 게다. 논어(論語)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이 말은 “어떤 일이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는 뜻으로 중용(中庸)의 중요성을 이르는 것인데, 특히 우리사회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 분야의 사회?병리적 현상을 볼 때 반드시 되새겨 봐야 할 소중한 명언이라 생각된다.

건강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WHO에 따르면,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말한다”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질병상태를 벗어나 신체적으로 왕성함을 뜻하는 것이 건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고 균형 잡힌 음식도 과하게 섭취하면, 비만으로 이어져 성인병을 야기하는 온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를 리 없다. 일례로, 비타민은 우리 건강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물질이지만, 과량을 섭취할 경우 간 지방축적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간과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렇게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쟁구도가 심화한 현대사회에서 정신적 건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신적 건강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적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약 70% 이상이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위협을 받는 것일까? 되새겨 볼 일이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바르지 못한 과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자유여신상이 있는 저 대륙에서,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잔악무도한 이웃 섬나라에서 그리고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남북으로 분단되어 허덕이는 이곳에서 과욕이 판을 치고 있어 정신적 및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심화한 갈등과 경쟁구도 속에서 우리의 정신 및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바로 과유불급이란 지혜가 아닐까?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탄핵정국이란 역사적 사실 앞에 서 있다. 지역과 관계없이 고른 인재등용이라는 대 탕평책과 현상의 틀을 벗고 창의적 발상의 경제를 살려 균형 있는 국가발전을 이루겠다고 하는 공약은 온데간데없고, 문화계의 블랙리스트를 통한 창의적 발상의 통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선택적 등용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비선실세들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그 실책을 바로잡기 위한 촛불의 민심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이들이 줄줄이 불려가 쇄 고랑을 차고 있는 데도, 그들은 뻔히 드러난 사실 앞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과오를 저지른 잘못을 뉘우쳐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잡아떼고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 이들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알고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더욱 어려운 현실은 탄핵정국에서 촛불의 민심을 알면서도 이를 호도하려는 일부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를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표현의 자유를 넘어 섬뜩함을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선한 국기를 뒤집어쓰고 토해내는 무지막지한 발언을 보고 있노라면, 해방 후 극단적 이념논쟁으로 상대를 적으로 보고 죽기 살기로 싸웠던 일이 떠오른다. 생각하기도 싫은 그 앙금이 작금의 현실 속에서 가중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느 사회나 갈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긍정적 갈등 속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아닌 극단적으로 치닫는 갈등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사실만으로도 서러운 민족인데, 민주주주의 교육을 받고 이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사회가 일부 과욕을 부리는 세력에 의해 치명적 갈등을 초래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더불어, 정권을 잡는 것이 정당의 목표긴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라는 틀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을 때만이 그 목적을 이루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각 정당 및 대선 주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루지 못할 공약을 하거나 선동적 발언으로 민의를 호도하는 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용을 뜻하는 과유불급이란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최소한의 교육을 받은 자들에게는 암묵적 기준은 있다. 해묵은 진보와 보수라는 양극화된 과욕의 경쟁 기준이 아닌 과유불급이라는 소박한 가치 기준을 두고 건강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가 정권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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