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전북몫찾기, 국립전북문화재연구소 설립
진정한 전북몫찾기, 국립전북문화재연구소 설립
  • 노학기
  • 승인 2017.02.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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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는 전북, 제 몫은 없다

잠자고 있는 전북, 제 몫은 없다. 우리 속담에 “나간 사람 몫은 있어도 자는 사람 몫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나간 사람은 일이 있어 자기 몫을 찾지만, 자는 사람은 게을러서 제 몫을 못찾는 것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이다.

민선 6기 송하진 지방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전북이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당당히 찾아야 할 제 몫과 아직도 숨어 자고 있는 보물같은 몫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북 몫찾기”의 진정성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전라도 천년의 중심지로서 전북의 역사가 예외가 될 수 없고, 청동기, 마한·백제에서 근·현대까지 3천년 동안 지하에서 잠자고 있는 전북의 문화유산을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게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아흔아홉 마지기 가진 사람이 한 마지기 가진 사람의 것을 탐낸다”는 속담과 같이, 아흔 아홉 마지기를 가진 대전, 충남과 광주, 전남이 백마지기를 채우려고 전북이 가지고 있는 한마지기마저 요구한다면, 우리 전북은 땅뺏기 놀이처럼 설자리가 없어 외발서기를 하고 있는 위태로운 처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전북 몫 찾기가 각 분야에서 들불처럼 일어나야 하는 진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전라북도는 백제문화의 보고(寶庫)이다. 서해와 만경·동진강을 무대로 한 마한문화를 원류로 백제문화가 자리하였고, 동부지역의 가야와 교류하는 기층문화를 가지고 성장하였다. 이는 백제 해양문화의 중심지이자, 고대 첨단기술의 메카로서 전북을 특징지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륵사지·왕궁리유적 세계유산으로 대표되는 백제문화의 정점을 찍은 7세기 무왕대(600~641)는 백제중흥의 왕도 익산이 자리하였고, 백제 중방문화를 꽃피운 정읍 고사부리성과 김제 벽골제, 백제 부흥운동의 산실은 부안 백강구, 백제정신을 계승한 전주 후백제문화 등은 우리가 새로운 가치로 인식하여야 할 백제 역사 변방이 아닌 중심지로서 전북의 문화동력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1월에 이를 가장 선명하게 증명해 주는 백제 문화유산의 대발견이 있었다. 바로 익산 미륵사지석탑 해체과정에서 출토된 국보급 문화재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였다. 특히 금동판에 새겨진 기록에는 639년 백제 무왕대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어, 1970년 공주 무령왕릉 발굴 이후 최대·최고의 유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1400년 된 ‘백제 문화유산의 심장(心臟, heart)’으로 자리매김한 익산의 문화유산은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반열에 오르면서 그 가치가 절정에 달하였다.

이뿐 아니라 익산 왕궁리유적(사적 제408호)에서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시대의 유일한 왕궁유적으로 확인되는 궁성의 정원과 후원, 외곽 담장, 금·유리·동을 생산하던 공방지, 왕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명문(銘文) 기와, 토기, 중국제 청자 등이 출토되었다. 또한 왕실사찰 유적으로 확인된 익산 제석사지(사적 제405호), 무왕과 선화공주 능으로 추정되는 익산 쌍릉, 백제 불상을 대표하는 연동리 석불좌상, 익산 왕도를 감싸고 있는 익산 도토성, 익산토성, 미륵산성 등 무궁무진한 유적과 유물이 고도 익산의 위상을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백제 문화유산 발굴·연구·조사를 전담할 수 있는 국가적인 연구시설이 도내에 전무한 상태이고, 안타깝게도 충남지역의 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관할하고 있어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하는 국립 연구시설 유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 국가차원에서 문화유산의 학술조사·연구 및 보존의 중심기능을 수행하는 국립기관은 대전에 위치한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이다. 여기에는 다시 도단위 광역단체 중심으로 한 지방연구소 6개소(경주·부여·가야·나주·중원·강화)를 설립하여 운영 중인데, 1990년에는 신라문화유산 조사를 위해 경북에 경주문화재연구소를 백제문화 조사를 위해 충남에 부여문화재연구소를 가야문화 조사를 위해 경남 창원에 가야문화재연구소를 두었고, 2005년에는 영산강 유역 조사를 위해 전남 나주에 나주문화재연구소가 설립되었다. 또한, 2007년에는 중원문화권 유적조사를 위해 충북 충주에 중원문화재연구소가, 2016년에는 고려문화 유적조사를 위해 경기도에 강화문화재연구소가 설립되어, 지역문화 연구·조사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2015년 문화재청에서는 기존 지방문화재 연구소를 폐지하고, 현재 지방문화재 연구소 6개소를 중심으로 거점별 지방 문화재청을 신설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향후 지방문화재청 신설이 이루어질 경우 기존 지방문화재연구소가 설치된 지역이 우위를 선점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도 전북문화재연구소 설치가 시급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도단위 광역자치단체에 설치된 지방 문화재연구소는 지역문화발굴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며 역사문화아이콘을 수립하고 문화유산 정책의 시금석을 도출하는 실정이어서 유일하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없는 우리 전북지역에 국립지방문화재연구소 설립은 요즘 화두라 할 수 있는 진정한 ‘전북몫찾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국립전북문화재연구소 설립은 익산지역과 백제문화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라북도가 보유한 탁월한 가치가 있는 도내 전지역의 핵심 문화자원 및 우수한 매장문화재인 새만금을 감싸고 있는 군산·김제·부안·고창의 해양문화 자원, 남원·장수 등 가야유산, 전주·완주의 마한·후백제유적, 진안 청자도요지 등 도내 각지의 중요한 발굴조사가 더욱 활발하게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정한 전북몫찾기, 전라북도 미래를 꿈꾸게 하는 동력, 백제역사 중심지로서의 전북의 비상, 국립전북문화연구소 설립에서 시작될 것이라 확신한다. 끝.

노학기 전라북도 문화유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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